[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최근 모 증권사 직원이 문중 서산 소나무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년 가까이 증권맨으로 살아온 그는 업무상 발생한 막대한 손실을 떠안고 있었고 가족에게 조차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출근한다며 집을 나왔다. 그리고 영영 귀가하지 못했다.


증권가의 자살 소식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37세의 젊은 외국계 증권사 임원이 고층 빌딩에서 몸을 던졌고 세계적 금융위기로 자본시장이 고꾸라지던 2008년 말에는 증권사 지점장과 직원들의 자살 소식이 줄을 이었다. 하루하루 온탕과 냉탕을 오가야 하는 증권시장의 최전선에서 '실적'과 '수익'의 압박에 시달리는 증권맨들의 스트레스는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증권산업 노동조합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 낸 성명서에서 "증권인들이 자본시장을 쥐락펴락하고 고임금을 받는 화려한 직업인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다"며 "그러나 증권인들은 수수료 인하와 같이 업계에 팽배한 출혈경쟁과 약정 강요에 짓눌리고 변동임금체계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사실 증권인들의 '높은 연봉' 뒤에는 철저한 성과 위주의 보상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신생 증권사가 시장에 진입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본급은 낮아지고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비중은 높아지고 있는 것. 주식시장이 침체되면 그나마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마저 줄어들게 되니 중압감은 더 커지게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각 직급 별로 기본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손익분기점이 있고 지점 차원의 목표도 있다"며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수료 수입을 더 많이 내야하기에 무리하게 운용하다가 큰 손실을 내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되면 고객의 항의가 들어오고 상사의 압박도 더 심해져 매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획기적인 상품을 개발하지 못한 채 한정된 파이를 두고 싸워야 하는 시장환경과 브로커리지에 편중된 구조도 문제다. 직원들을 평가할 때 오로지 약정(수수료 수입)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 성과를 최우선에 두는 문화로 인해 구성원들의 복지도 뒷전으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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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직원은 "기본급 비중이 높아지고 약정 스트레스가 줄었으면 좋겠다"며 "스트레스 상담 창구나 안식년 안식월과 같이 정기적으로 휴식을 줄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성과에 대한 보상만큼이나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한 시의적절한 '보살핌'도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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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 기자 pinetree1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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