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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금융계 CEO, 두다멜처럼 혁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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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살의 베네수엘라 청년 구스타보 두다멜이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클래식 음악계의 스타로 떠오른 것은 불과 1~2년 사이의 일이다. 그가 사이먼 래틀의 추천으로 LA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로 취임한 지난해 10월 LA 도심은 플래카드와 광고로 홍수를 이뤘을 정도.

유투브를 통해 그의 라스베이가스 공연을 본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헐리우드 볼(Hollywood Bowl)에서 연주한 그의 데뷰곡은 베토벤 9번 교향곡. 접시모양의 야외공연장 위에서 폭죽이 터지는 피날레. 그는 관객들의 휘파람과 환호 속에 그렇게 LA에 입성했다. 1812년 서곡도 아닌 합창교향곡을 불꽃놀이와 함께 연주한다는 발상. 유튜브로 올라온 실황 공연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 어느 곳보다도 치열한 세계 10대 오케스트라의 선두 경쟁이 아니었다면 LA필이 두다멜을 선택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왔다. 하지만 '변신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위기감은 두다멜을 선택하게 했고, 그는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었다.

사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자웅을 겨룰 정도로 성장한 그의 스몬느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공연은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말러부터 베토벤, 브람스 등 폭넓은 레파토리와 '1만시간의 이론'에 걸맞게 혹독한 훈련을 거친 연습벌레 단원들. 200여명에 가까운 세계 최대 규모 단원수. 그들의 연주에는 언제나 자신감이 묻어난다. 혁신(Innovation)과 자신감이 그의 성공요인이다.

금융계 최고경영자(CEO)들이 그의 데뷰 공연을 꼭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금융계에 지금 필요한 것이 바로 혁신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권에 대한 규제는 한층 강화되고 있고 금호그룹 사태에서 보듯 곳곳에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순이자마진도 줄어들고 있어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방향은 찾았다.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잘한 일이다. 방향도 맞다. 과거 외국어 실력으로 가늠했던 주재원의 자질도 영업력을 갖춘 사람인지 여부로 바뀌고 있다. 특히 진출국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베팅하는 것도 당연하다. 신한은행의 일본법인이 그렇게 성공했고,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은행 BCC를 아예 인수해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파격적이어야 한다. 대한민국 금융계가 투자은행(IB)과 프라이빗뱅킹(PB)에서는 선진국 은행과 경쟁해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리테일(소매금융)은 다르다. 인터넷뱅킹이 전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돼 있으며 금융 IT인프라도 선진적이다. 특히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런던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우리로 말하면 전당포 수준에 해당하는 누추한 은행의 좁은 객장, 엄청난 대기시간 그리고 자금결제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있는 고객. 그것이 런던의 모습이었다. 만약 런던에 국내은행 강남 수준의 점포가 개설되고 동일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외국어는 더 이상 핑계가 아니다. 파리의 OECD 대사관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프랑스어를 전혀 못하던 외교관 친구는 파리 생활에 아무 불편이 없다고 했다. 한국어와 영어에 능통한 현지 직원들이 언어소통문제를 해결해주기 때문. 국내 은행들이 현지에 파견하는 인력은 해당지역 점포 전체 인원의 30%를 넘지 않는다. 지휘자만 있다면 단원들은 현지에서 우수한 자원으로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상대방에게는 약점이지만 우리에게는 강점이 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찾아서 베팅하는 혁신이 금융권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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