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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온실가스 감축, 작은 실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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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미국의 영화배우겸 감독인 케빈 코스트너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흥행은 영 신통찮다.

그가 1995년 주연한 '워트 월드'는 당시로서는 역대 최고의 제작비인 1억7500만달러를 투입했지만 수입은 절반인 8800만달러에 불과했다. 다른 작품 두 개도 거액을 쏟아붙고도 절반이나 4분의 1정도의 수입을 올렸을 뿐이었다. 인터넷 사이트인 '겟백닷컴'(Getback.com)은 할리우드를 휘청거리게 만든 '폭탄' 톱 10 가운데서 그와 그의 작품 세개를 포함시켰을 정도였다.
빙하가 녹아 물로 뒤덮인 미래 세계를 그린 이 영화에서 코스트너는 귀 뒤에 아가미를 가진 주인공과 드라이 랜드 즉 뭍을 찾아 헤매는 인간 군상의 광안을 그리면서도 빙하가 녹아내린 이유를 천착하지 못했다. 온난화의 근인을 파헤치지 못한 것은 코스트너 개인의 한계일 수도 있고 시대의 한계일 수 있을 것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온난화는 일상의 주제가 됐다. 누가나 떠들 수 있고 누구나 해법을 제시하는 시대가 됐다. 온난화는 실제로 우리 주변에 성큼 다가와 있다. 남해안에서 열대 어류인 참치가 잡히고, 상어가 서해안에 출몰하며, 열대성 과일이 제주도에서 재배되는 것은 온난화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이다.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은 뉴스조차 안될 정도로 대중들은 온난화에 익숙해졌다.

동시에 온난화에 대비하는 노력도 일상 속에 파고들고 있다.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게 단적인 예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202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배출전망치 대비(BAU) 30%감축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2005년에 비해 4%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개발도상국에 권고한 감축범위(BAU 대비 15~30% 감축)의 최고수준이어서 말들이 적지 않다.
우리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중국도 나서지 않는 데 왜 우리가 더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느냐는 볼멘 소리가 많다.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고, 이는 곧 기업의 투자여력을 갉아먹는다 등의 불만이 적지 않다.

일견 맞는 말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언제까지 '개도국'이라는 지위에 기댈 수 있을까.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나라가 됐고, 경제협력개발구기(OECD) 원조 선진국 클럽인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이 된 마당에 '개도국' 지위를 들먹이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게다가 유럽연합(EU)는 갈수록 환경기준을 더욱 더 강화하고 있지 않는가.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가 걸어가는 길에는 탄소무역장벽이 우뚝 솟아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때문에 온실가스감축은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받아들이는 게 상책이다.게다가 온실가스 감축이 기업에 무조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투자를 늘린다면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선진국의 점점 벽을 쌓아가는 탄소무역장벽에 대비할 수도 있고, 변화가 죽 끓듯 하는 유가 변동에 대응하는 에너지 안보도 강화할 수도 있다고 본다.

남은 것은 기업과 가계의 자발적인 감축노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대기업이야 지금도 알아서 하고 있으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급선무다. 정부는 획기적인 수준의 세제혜택을 줘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시설투자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태양열과 지력 등을 활용해 에너지를 자립하는 제로에너지주택을 보급하도록 해야 한다.가계가 TV를 끄고, 냉난방을 아끼며,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는 유인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그것이 훗날 우리 후세대가 '드라이 랜드' 즉 마른 뭍을 찾아 헤매지 않도록 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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