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서민 생활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지갑은 얇아지는데 물가는 치솟고 가계 부채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으며 금융권의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은 가중되는 등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


지난 7월까지 1%대로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2.2%를 기록하며 오름세로 돌아 섰고 그 중에서도 식료품가격의 평균 상승률은 올 들어 9.5%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해 3월부터 소위 'MB물가'라며 집중 관리해 왔던 52개 품목 중 43개 품목의 8월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크게 오른 것만 봐도 물가 관리가 허술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농수산물의 오름세는 두드러진다. 우유 가격 상승률은 31.7%에 이르며 생강은 92.6%, 오렌지 39.3%, 소시지 20.4% 등 20~30% 오른 품목들도 수두룩하다. 이 같은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은 서민 생활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도 한국 식품물가지수가 회원국 중에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지수도 12.5%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7%보다 0.8% 급상승해 200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엥겔지수는 보편적으로 소득이 높아지면 떨어지고 생활수준이 하락하면 오르기 마련인데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인다는데도 엥겔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불균형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소비자물가를 선행하는 생산자물가도 두 달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유가 상승과 달러화 약세에 따른 국제 원자재가격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 8월 수입물가도 2.1% 올랐다. 경기 회복에 힘입어 원자재 수요가 늘면서 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물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서민 가계 빚도 늘고 가계부채 상환능력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명목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502조여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늘어난 반면 부채는 697조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5.7%나 증가했다. 올 상반기 국민총처분가능 소득 대비 6월말 현재 가계부채 비율은 1.39배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가계가 벌어서 쓸 수 있는 돈보다 39%나 더 많은 빚을 떠안고 있는 셈으로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부채는 계속 늘어 이대로 방치하면 가계 파산 사태가 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거품을 잡겠다고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어 금리가 오른다면 그 직격탄은 서민가계가 가장 먼저 맞을 것을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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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금융 부채는 6월말 현재 818조4000억 원으로 1분기 보다 15조9000억 원이 증가했으며 이를 인구수로 나누면 국민 1인당 빚은 1679만원에 이른다. 부채증감률 역시 줄곧 하락하다 1년여 만에 다시 상승했다. 적자 가구도 늘어 27.8%로 2004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다. 이는 닫았던 지갑이 열리고 소비가 살아난다는 긍정적인면도 있으나 하위 30%의 저소득층 적자가구 비율이 49.7%에서 50.9%로 1.2%포인트나 급상승해 서민들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될 수도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대문시장을 찾는 등 연일 현장을 방문하며 친서민정책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의 체감지수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61%가 '정책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듯이 이 대통령의 친서민행보가 아직은 '보여주기식' 겉치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고 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마련돼야 하겠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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