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완급조절이 필요한 금리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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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인 K모씨(50)는 지금도 IMF 외환위기 당시만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한 마음을 버릴 수 없다고 한다. 98년 당시로 돌아가보자. 그는 그래도 중산층이 산다는 강북의 대단위 아파트 지역에 40평대 아파트를 갖고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지만 명예퇴직 바람에 부동산 가격 하락, 금리 상승의 3중고를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K씨는 "나름대로 자산의 30% 이내로 부채를 유지해 리스크 관리를 했지만 경제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자 하루 아침에 가정이 위기의 끝으로 몰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 당시 그의 상황을 재현해보자. 3억원이 넘었던 아파트는 1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집을 사고 재테크를 위해 대출받은 1억원의 이자는 하루 아침에 연 20%를 넘어섰다. 매월 받던 300여만원의 월급에서 나가던 월 이자는 100만원대에서 200만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자를 빼고 나면 생활비도 모자랄 정도로 빠듯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연봉 삭감이 이어졌고 그 때 K씨는 자영업자의 길로 들어섰다. 첫번째 금융위기로 불릴 수 있는 IMF 경제위기의 상처는 상당수 국민의 가슴 속에 아픔으로 남아있는 이유다.


10여년이 지난 2009년 가을. IMF 당시와 많은 부분에서 달라져 있다. 실세금리가 20%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2%.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 하지만 지난해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해법으로 제시된 저금리 정책이 종말을 고하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준금리와 시차를 두고 저공행진을 벌이던 시중 실세금리는 최근들어 오름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중산층부터 서민까지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의 오름세가 심상찮다.


CD금리 상승은 정부 고위당국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출구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시중에 워낙 유동성이 풍부하다보니 강남 아파트를 비롯한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리먼 사태 이전을 회복하고, 증시를 비롯해 곳곳에서 투기의 징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면 타당성이 있는 얘기다. 지금 출구전략의 밑그림을 그리지않으면 내년이후 경기가 추세적인 회복세를 탈때 각종 후유증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리정책에 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시중금리를 올리더라도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경제에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진행돼야 한다. 특히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양적관리가 금리 인상에 앞서 선행될 정책으로 보인다.


IMF 때와 달리진 모습이 있다. 시중은행들이 신용등급이 낮은 가계나 기업에 대해서는 상시적으로 높은 금리를 물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을 연장하거나 운영자금을 차환할 때 물리는 금리는 두자릿수를 넘긴지 오래고, 1~3개월 단위 만기연장에 1~2%의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0명 중 4명은 기준금리 2% 시대인 요즘에도 10%가 넘는 고금리를 물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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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당국은 출구전략을 펼치기 전에 서민들이 금리 인상으로 느낄 수 있는 위기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미리 마련하고, 창구지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금리 인상은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소프트 랜딩'을 이끌 수 있는 정책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


금융정책 및 금융감독 당국이 '이자 폭탄'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하지 않도록 운용의 묘를 발휘해 '출구전략'의 후유증을 면밀히 검토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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