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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양적완화 '은행만 배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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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양적완화 조치가 영국 국채 수익률을 인위적으로 낮추면서 결과적으로 예대마진을 높여 은행권의 배만 불려주는 격이 됐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를 인용, 장기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조치로 국채 수익률을 인위적으로 0.41%포인트(40~100bp)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영란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는 채권시장 전체의 약 15%로,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 규모로는 서방 주요국 가운데 최대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사상 초유의 양적완화 조치가 경기부양으로 이어졌는지 여부는 더욱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IMF의 이번 보고서는 민간부문이 아닌 국제기구에서 '서방 중앙은행에 의한 양적완화'에 대해 처음 독자적으로 보고서를 내놓은 만큼 정책당국과 투자자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금융 위기가 촉발된 작년 9월과 올 6월말 사이에 이뤄진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조치를 기준으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
금융 위기 여파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지속적인 금리인하와 함께 비전통적인 방식의 양적완화 조치로 대응해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국내총생산(GDP)의 14.7%에 상당하는 2조10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을 선언했고, 영란은행은 GDP의 8.6%에 해당하는 자산을 사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IMF는 올 7월까지 최근 9개월 동안 연준(Fed)보다는 영란은행쪽이 더 적극적으로 자산매입을 실시했다고 평가했다. 영란은행은 GDP의 7% 정도를 매입한 반면, 미국은 GDP의 6% 정도를 사들이는데 그쳤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GDP의 3% 규모를 매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적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양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안드레 메이에르는 보고서에서 "양적완화 조치가 총수요를 충분히 증가시켰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성급하다"고 말했다.

은행 컨설턴트인 밥 지포드는 "10년만기 영국 국채 수익률은 지난 3개월간 4% 이하에서 맴돌았지만 경제에 미친 영향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양적완화 조치에 대한 효과를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12월께나 완전한 효과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텔레그래프는 11일 기준금리가 제로에 가까운 수준인데도 은행들이 모기지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이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영란은행의 양적완화 조치가 은행들만 이롭게 한 셈이다.

현재 영국의 기준금리는 0.5%로 사상 최저 수준. 하지만 7월말 현재 2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는 4.46%로 올랐고, 5년만기 고정 금리는 5.7%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씨티그룹 영국법인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선더스는 "기준금리와 은행간의 금리 격차로 은행들의 모기지 수익률은 2년전 0.1%에서 2%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는 주택 보유자와 구입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주택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6월 영국 모기지 승인 건수는 14개월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양적완화 조치를 이용해 부당하게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인식을 지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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