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2억 신흥 경제대국 인도 시장이 열렸다. 한국과 인도는 협상을 시작한 지 3년6개월 만에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에 정식 서명했다. CEPA는 개방도는 조금 낮지만 상품과 서비스교역, 투자, 경제협력 등을 포괄하고 있어 유무역협정(FTA)과 사실상 같은 성격이다. 한국은 세계 경제성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른 브릭스(BRICs)국가와 첫 무역협정을 맺었고 인도로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CEPA를 체결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한국과 인도는 역사적으로 오래전부터 친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삼국유사에 AD 48년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가 가락국 시조인 수로왕의 왕비가 되었다는 기록이 있고 9세기 초 통일신라시대 때는 장보고가 건설한 청해진을 통해 활발한 교역이 이루어졌다. 또 근대에 와서는 양국 모두 식민지의 설움을 겪으면서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고 예찬하기도 했다.

오늘의 인도는 지금까지의 인도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이었던 인도인들이 세계 백만장자 속에 이름을 올리고 핵실험을 강행해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미국과 대등하게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도의 정보통신산업은 선진국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됐으며 구매력 평가 기준 국민총생산(GDP)도 3조3000억달러를 넘나드는 세계 4위 국가가 됐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인도의 성장잠재력이 무한하다는 것이다. 인도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초대 총리 네루는 자원도 없고 피폐한 인도의 유일한 자원은 '두뇌'라고 생각하고 인재 양성에 최우선 했다. 인도 전 지역의 1등 만이 모인다는 인도공과대학(IIT)은 처음부터 세계 최고를 목표로 인도의 미래를 열어간다는 책임감 속에 교육이 실시됐다. 이공학, 의학, 수학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 두뇌들이 배출됐고 졸업 후 세계로 진출했던 인재들이 이젠 고국으로 돌아와 '두뇌 강국'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 IT산업을 이끄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만도 160만명에 이른다하니 풍부한 두뇌자원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인도가 또 각광을 받는 것은 신중산층의 소비파워다. 세계적인 신흥기업이 들어서고 근로자들의 생활이 나아지면서 매년 2500만명의 신중산층이 늘어나 이젠 전체 인구 30%가 넘는 4억명에 달하고 있다. 그들은 낙후된 도심을 떠나 교외에 빌딩숲을 방불케 하는 새로운 도시를 형성하고 소비를 주도하며 예전과는 전혀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곳곳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 인도가 갖는 정치경제적인 상징성도 적지 않다. 인도는 세계경제질서 구축 과정에서 개도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때는 비동맹운동 국가들의 리더이기도 했다. 경제위기 이후 대두되는 보호무역주의 배격에도 우리나라와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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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인도에 효율적으로 진출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중국 등에 앞서 협정을 맺었다지만 세계 주요국 역시 인도에 진출해 협력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또 인도는 신분제 등 복잡한 정치와 사회 구조, 극심한 빈부 격차 등 고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현재 삼성ㆍLG전자의 가전제품과 현대차의 자동차 등이 호평을 받고 있지만 우위를 장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아직 인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해 당장 우리 경제에 혜택이 돌아오긴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인도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인도 전문가를 육성해 그들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 거대시장 인도는 우리에게 우호의 손짓을 할 것이다. 먼저 인도를 알고 특화된 전략으로 현지화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CEPA의 선점효과도 극대화 할 수 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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