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국가대표'로 세번째 점 찍었죠"(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인터뷰 직전까지 김동욱에 대해서는 밝고 쾌활한 20대 청년을 상상했다. 김동욱의 실제 모습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하림과 영화 '달콤한 거짓말'의 지훈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인물로 그렸던 것이다. 김동욱과 처음 만나는 순간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스물일곱의 배우는 낯을 가리는 듯했고 좀처럼 웃지 않았다. 드라마 '파트너' 촬영과 뮤지컬 출연으로 인한 피로 누적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김동욱은 무척 조심스럽고 진지한 사람이었다.

김동욱은 20대 후반의 남자배우 중 가장 바쁘게 활동하는 연기자 중 한 명일 것이다. 작품 수가 많기로는 하정우와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달콤한 거짓말' '국가대표' '오감도' '파트너'를 선보였고 한일합작영화 '카페 서울'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주연보다는 조연이 대부분이지만 아직 신인인 배우가 이처럼 많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건 분명 대단한 행운이다. 김동욱의 연기가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신뢰를 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솔직히 기분 좋죠.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우쭐대기엔 아직 이르다는 생각입니다. 벌써 우쭐대기 시작하면 나중에 큰 상처를 받게 될 테니까요. 아무튼 기분 좋고 행복합니다. 보람도 있고요. 처음 시작할 때 워낙 바닥까지 갔기 때문에 제 연기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믿어지지 않았어요. 대학 때만 해도 저 때문에 (연극영화과) 수업이 진행이 안 될 정도로 연기를 못한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김동욱이 영화 '국가대표'에서 연기한 인물은 약물복용으로 스키를 그만두고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일하다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된 홍철이다. 반항기 가득한 양아치에 다분히 마초적인 '꼴통'이다. 영화 속에서 김동욱은 하정우와 대립하며 오합지졸 대표팀 내부의 갈등을 만드는 한편 방 코치(성동일 분)의 딸 수연(이은성)에게 집요한 '작업'을 건다. 다섯 명의 국가대표 중 동적 에너지가 가장 충만한 캐릭터인 셈이다.

"이 영화는 제가 출연했던 작품 중 가장 스케일이 큰 상업영화입니다. 이런 작품에 작지 않은 비중의 역할을 맡아서 기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기대도 많이 되고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쏟아 부어서 연기했기 때문에 욕심도 많이 납니다. '커피 프린스 1호점' 이후 방송이 아닌 다른 매체에서 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부담이 되기도 해요."

'커피 프린스 1호점'으로 인기를 얻고 주연 욕심을 낼 만도 했지만 김동욱은 주연이건 조연이건 큰 작품이건 작은 작품이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출연해 왔다. "당연히 욕심도 있지만 드라마의 성공으로 바로 주인공이 됐다면 여태껏 해왔던 것과는 다른 책임과 부담 때문에 더 소심해졌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아무것에도 구애 받지 않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가도 아이러니하게 자꾸 좋은 작품을 계속 만나 연기하고 싶다"는 그는 '국가대표'로 세 번째 점을 찍은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점을 한 번 찍었고, 뮤지컬로 점을 하나 찍었으니 이번이 세 번째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앞으로 작품을 할 때마다 찍게 될 점들이 이어져 어떤 그림이 나올지 궁금하다"며 김동욱은 막연하게 미래의 자신을 상상했다. 아마도 꽤나 멋진 그림이었을 것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etro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