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 "눈물나면 선암사 해우소로 가라"<4>
해우소 이정표
$pos="C";$title="";$txt="돌담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해우소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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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나무는 늘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 심정으로 사는 것일까. 아니면 열반에 드신 와불님처럼 살고자 하는 것일까. 그래서인지 이 소나무의 이름은 와송(臥松)이다. 이 와송은 쓰러진 채 가지 뻗고 살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와송의 고통을 생각하자 또 가슴이 뭉클해진다. 저 소나무조차 저런 고통의 삶을 사는데 인간이 나의 삶 또한 마찬가지가 아닌가.
우체통, 인생의 모든 고통의 편지 써서 넣으라는 것이 아닐까
와송은 특별히 기와 울타리를 둘러 보호하고 있다. 와송의 고통을 고귀하게 여기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라는 뜻이 울타리를 친 까닭이라고 생각된다. 울타리 위에는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이 마치 새집처럼 놓여 있는데, 와송과 같은 고통을 겪는 이웃을 생각하라는 뜻 또한 그곳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와송 바로 앞쪽에는 순천우체국에서 세워놓은 자그마한 붉은 우체통이 하나 놓여 있다. 그곳에 우체통이 있는 까닭은 인생의 모든 고통의 편지는 그곳에 써서 넣으라는 것이 아닐까. 나는 내 인생의 고통의 편지를 써서 그곳에 부치고 다시 대웅전 앞에서 전각 스님을 만났다.
“스님, 변보는 걸 절에서는 왜 ‘해우’라고 하는지요?”
나는 스님께 다시 말을 붙였다.
“잠시 잠깐이라도 근심 걱정을 내려놓아라 하는 뜻이지. 또 변을 보면 시원하지 않는가.”
스님은 따스한 미소로 나를 반기며 말을 이었다.
“내가 사회에 있을 때 변소를 ‘WC’라고 했다. 그걸 한자로 표기하면 ‘다불유씨(多不留氏)’야. 즉 ‘많이 머무르지 않는다’라는 뜻이야. 신진대사가 잘 되어 소통이 잘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우소와 같은 뜻이잖는가. 그래서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하지. 살기가 힘들면 해우소에 와서 빠져 죽어라, 사나 죽으나 마찬가지다, 하고 말이야.”
전각 스님이 “허허” 소리 내어 웃었다.
‘아니, 선암사 해우소에 와서 빠져죽으라니!’
그게 무슨 뜻일까. 도대체 이게 무슨 말씀일까. 소통되지 않는 삶을 소통되게 하라는 뜻일까. 나는 무슨 뜻인지 몰라 눈을 똥그랗게 뜨고 스님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스님은 “내 덕담 하나 하지” 하고 다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해우소 바닥
$pos="C";$title="";$txt="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냄새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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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 스님이 들려준 덕담의 내용은 이렇다.
옛날에 통도사, 법주사, 선암사 주지 스님이 세 분이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 절에 대중(신도)이 얼마나 많은지 한번 헤아려보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서로 자기 절에 대중이 많다고 은근히 자랑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먼저 통도사 스님이 말했다.
“돌쩌귀에 쇳가루가 서말 서되나 떨어졌다네.”
이 말은 절의 문을 너무 여닫는 바람에 쇠붙이로 만든 돌쩌귀가 많이 닳았다는 이야기로, 결국 절을 찾는 대중이 많다는 뜻이다.
“법주사 솥이 크다는데 얼마나 큰가?”
이번에는 통도사 스님이 법주사 스님께 물었다.
“글쎄, 재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동지 팥죽을 끓이면 배를 타고 다녀. 그런데 작년에 배를 타고 들어가신 분이 풍랑을 만나 아직도 못나오고 있다네.”
법주사 스님이 말을 마치자 이번에는 선암사 스님께 물었다.
“선암사 뒷간이 크다는데 도대체 얼마나 큰가?”
“글쎄, 서울서 오신 신도가 일을 보고 나서 나중에 서울에 당도하고 나면 그때서야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한참 웃었다. 전각 스님은 “그 정도로 선암사 뒷간이 크다는 얘기지” 하고 짐짓 우습지 않은 척하시다가 대웅전 왼쪽 벽면 가까이 놓여있는 구시(밥통)를 가리켰다. 그것은 큰 통나무를 그대로 파서 만든 것으로, 1300여 명이 그 구시에 담긴 밥을 퍼 먹었다고 한다. 따라서 해우소 또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렸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번뇌와 망상 버린다면 그곳이 바로 선암사 해우소가 아닐까
선암사에는 세 종류의 해우소가 있다. ‘뒤ㅅ간’으로 일컬어지는 전통적인 해우소, 그 아래에 있는 최신식 수세식 화장실, 그리고 일주문으로 들어가기 전 오른쪽에 설치돼 있는 이동식 간이화장실. 나는 이 세 종류의 해우소에 다 들어가서 일을 봐 봤는데, ‘뒤ㅅ간’만큼 좋은 해우소는 없었다. 도시의 어디에서나 이용하는 수세식 화장실은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이동식 간이화장실은 답답했다.
가끔 야외에 가서 사용해본 것과 마찬가지로 공기조차 잘 안 통하는 그 안이 너무나 답답하고 역겨웠다. 선암사에 그런 이동식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우소를 지닌 선암사에겐 모욕이다.
선암사 안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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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스님 중엔 선암사에 놀러왔다가 그만 해우소에 반해 출가한 스님도 있다고 한다. 누구라고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선암사 해우소가 아름답다는 뜻이다. 그렇다. 지금 나도 선암사 해우소에 반해서 출가한 심정이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대소변을 보든 내 마음의 노폐물, 그 견딜 수 없는 번뇌와 망상을 버린다면 그곳이 바로 선암사 해우소가 아닐까.
나만의 해우소! 그 해우소는 이미 내 마음속에 있는 게 아닐까.
‘선암사 해우소에 와서 빠져죽어라!’
나는 전각 스님이 불쑥 던진 이 말씀 하나를 화두로 안고 선암사를 떠났다. 죽으면 살 수 있으리라 나 스스로 굳게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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