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에 즈음하여 인플레이션을 새롭게 정의해 본다
지금 채권시장은 ‘출구전략(Exit Strategy)’과 관련된 논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극
심한 금융위기에 공격적으로 늘어난 유동성을 처리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된 논의가 상황과 시점에 따라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과 평가를 받으면서 어떤 때는 호재로 또 어떤 때는 악재로 시장 참가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최근 주간 자료를 통해 당사는 시장에서 현재 출구 관련 논의는 본질적인 인식의 격차라 기 보다는 문제를 파악하는 눈높이의 차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출구의 본질적인 의미를 어디까지 두고 무엇을 출구라고 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사실도 전혀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출구전략과 관련해 논의의 쟁점이 다양하게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사는 그 본질을 여러 경제 주체들이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와 함께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혼란으로 인플레이션 평가의 기준이 과거에 비해 모호해졌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실물이 아닌 화폐 경제를 향유하는 일종의 비용으로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적정한 수준 내에서의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건전한 경제 활동을 유도한다는 특징을 지니는데, 문제는 그 적정한 수준을 설정하고 그 수준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즉 실물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정한 재화나 자산에 돈이 쉽게 몰리고 이로 인해 자원 배분의 왜곡이 발생한다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은 끊임없이 위협을 받게 된다.

이번 금융위기에 진앙지로 인식되는 부동산 문제를 대입시켜보자. 돈이 부동산이라고 하는 특정한 자산에 집중되고 그 수익률이 다른 자산보다 높게 형성된다. 이와 같은 높은 수익률에 고무된 경제 주체들이 또 다시 부동산으로 몰리는 움직임이 반복되면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할 자금까지 이쪽으로 집중된다. 이른바 자원 배분의 왜곡이다.


반대로 자금이 몰리지 않은 쪽은 그 만큼 수요가 집중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격 상승의 압력이 그다지 크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심지어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 평균적으로 보면 가격이 상승하는 영역과 그렇지 못한 영역이 상호 보완 작용을 일으키며 흔히 인플레이션이라고 정의하는 물가 상승 압력의 분출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과연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하느냐다. 특정한 부문에 자금이 몰려도 경제 전체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당국이 굳이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반대로 인플레이션 문제의 폐해라고 할 수 있는 자원배분의 왜곡이 발생한 만큼 중앙은행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아마도 여기까지가 이번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 중앙은행의 역할론 혹은 인플레이션 문제 인식에 대한 금융시장 전반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자산가격은 이미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적정한 수준을 넘어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협할 정도로 커졌고 그로 인해 결국 전례가 없는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이후로 정책 당국의 공격적인 개입이 이뤄졌다는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당사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처럼 정책 당국이 ‘이미’ 발생한 금융위기에 대해 매우 강력한 수준으로 대응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문제 발생 전에 과연 인플레의 범주를 어디로 설정해야 하는 지에 대한 논란이 활발했던 것과는 달리 벌써 문제가 터졌고 당국의 대응책도 다양하게 나온 만큼 향후 당국의 대응 여지도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즉 인플레이션의 범주를 균형적인 성장을 위협하는 모든 문제를 통칭하는 일종의 상징으로 설정할 수 있는 단계까지 중앙은행의 활동 범위가 확장됐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린스펀에서 버냉키로 연준의 수장이 바뀌는 국면에서 중앙은행의 역할론 논쟁 가운데 단골 메뉴는 과연 통화정책이 자산가격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지 혹은 대응한다면 어떻게해야 하는지였다. 비슷한 수장 교체기를 경험한 국내 통화당국에게도 부동산으로 통칭되는 자산가격 문제는 끊임없이 논쟁 대상이었다. 그러나 결국 문제는 터졌고 역할 논쟁을 벌일 틈도 없이 당국은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섰던 것이다. 출구를 논하기 전에 이미 너무나 깊숙하게 입구를 지나쳐 왔다.


◆ 동시다발적인 통화완화, 그러나 원위치 복귀는 각자 형편에 맞게
앞서 당사가 언급한 내용이 인플레이션의 해석을 두고 출구전략 논의의 범위가 다양해질 수 있다는 본질적인 사항이라면 본 고는 각 국가나 경제권에 걸쳐 매우 상이하게 출구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언급이다. 국가별로 출구와 관련한 시나리오나 일정이 차별화될 수 있다는 내용인 셈이다.


당사는 지금까지 이번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글로벌 정책당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적극적인 통화완화와 재정 투입을 통해 위기 해결에 나섰다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기조적인 통화정책 방향은 일치할 것이란 입장을 견지해 왔다. 적어도 기조적 방향에 대해서는 지금도 그 입장에는 큰 변화는 없다.


그러나 최근 집계되고 있는 일련의 경제 지표나 자산시장의 동향을 보면 각국이 실질적인 행동을 동반한 행보에는 적지 않은 시차가 존재할 수 있는 개연성이 커지고 있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 그 시차가 상당할 수 있어 본질적인 기조 일치에 대한 예측까지 의심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실제 출구를 먼저 빠져 나오는 국가와 후발 주자들 간의 시간차가 상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국가나 경제 권역별로 분류한다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 이번 출구전략 가동에는 비교적 선두권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미국이었고 유럽은 금융기관들의 손실이란 형태로 상당한 충격을 받은 만큼 기존 선진 경제권에서 먼저 출구전략이 본격화되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반면 아태지역 국가들은 거시 지표들이 비교적 가파른 회복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이 심상치 않다. 물론 아시아 이머징 국가들이 전통적으로 수출의존형 체제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선진국의 탄탄한 회복을 뒷받침하지 않은 국면에서 곧바로 정책금리 인상과 같은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행보는 당장 예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동안 금융위기로 채권시장이 정책당국으로부터 다소 일방적으로 받아왔던 관심과 배려는 점점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사실은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 아무래도 처음이 제일 부담스럽다, 3Q는 변곡 부담 극대화되는 시기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채권시장은 다른 금융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 ‘금융 안정 = 채권 안정’이란 관점에서 정책당국의 전폭적인 배려가 반영된 결과였다.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채안 펀드 그리고 실현되진 않았으나 중앙은행의 장기국채 매입 등 채권가격 안정을 위한 당국의 다양한 조치들이 이어졌다. 그 결과 채권시장은 특히 회사채를 중심으로 한 크레딧 시장은 매우 큰 수혜를 입었다.


이른바 금융위기에는 다소 도발적이더라도 채권시장의 크고 작은 요구들은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는 시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배려는 반대로 그 반작용에 대한 부담도 동시에 내포한다. 사실상 ‘출구’라는 전제를 깔아두고 구체적인 범위와 시점을 놓고 시장의 논쟁이 불거지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 대해 채권시장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더구나 극심한 경기위축을 가정하고 다양한 배려들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제 바닥을 확인했다고 하는 소박한(?) 경기 판단에 대해서도 채권시장은 술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당사는 하반기 국내 경제의 경우 상반기와 같은 인상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최근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전기비 모멘텀의 경우 2분기가 정점에 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상 기술적인 반등에 가까운 지표 호전에 정부 정책의 효과가 중첩되면서 그와 같은 가파른 회복 속도를 추가로 기대하기에는 동력이 미약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3개월을 전후로 한 중기적인 관점에서 채권시장은 2Q 지표들의 영향력과 정책기조 변화에 대한 부담으로 초반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후 서서히 부담감을 제거하는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이와 같은 민감한 반응들이 구체화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이미 당사는 변동성 확대라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8월로 한정하면 경제 지표와 통화정책 이벤트가 즐비한 월 초반에 부담이 커 보인다. 그러나 월 초반 고비를 극복하면 경기 회복의 강도 및 출구전략의 실제 시행까지는 적잖은 시차가 존재할 수 있다는 쪽으로 쟁점이 이동할 개연성이 커 중순 이후 금리 우호적인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장기적(3~6개월) 시각에서 3Q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 하향 국면은 매수보다는 비중 축소의 기회란 기존 시각을 유지한다.




◆ 재량이냐 준칙이냐
필자가 최근 시장 참가자들과의 대화에서 이구동성으로 듣게 되는 주제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내용은 단연코 외국인과 변동성이다. 물론 두 문제를 별도의 주제로 인식하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대개의 경우 외국인 매매가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데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점에는 어느 정도까지는 의견 일치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항상 너무 시장이 어렵다는 2% 부족한 결론으로 논의를 마무리하곤 한다.


사실 외국인들의 매매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단순한 투기성 거래로 본다면 모르겠으나 다양하게 포지션을 구축해서 들어 올 경우 어떠한 거래 구조가 작동하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그나마 외국인들의 매매 동향에 전통적인 교본으로 인식되어 온 ‘미국 채권시장에 연동된 국채선물 매수나 매도’가 조금씩 그 형태를 달리하고 있어 섣불리 이들의 행보를 예측하는것 역시 쉽지 않아지고 있다.


당연히 시장을 분석하는 입장이라면 이들의 행보나 거래 구조에 대해서도 파악하는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지만 필자는 우선 외국인들의 행보나 변동성 확대에 대해 지나치게 트래킹(tracking)하는 것은 피하라고 권고하고자 한다. 물론 외국인들의 (국채선물) 매매가 시장 전체의 방향성에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어 전혀 의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면 자칫 호흡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변동성에 대해 재량보다 준칙이 더욱 요구되는 시기다. 다음은 필자가 학창시절 겪은 에피소드로 시장 참가자들께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도 판매가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하드볼(Hardball)이란 야구 게임 소프트웨어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는 초기 버전이라 현실과 사뭇 다른 경우가 많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자가 런다운(Run Down)에 걸릴 때였다. 실제 야구에서 런다운에 걸린 주자는 대부분 아웃되지만 당시 하드볼은 제대로 이를 구현하지 못했다.


야수들이 타자를 잡기 위해 필요한 동작이 주자의 동작보다 훨씬 복잡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게임에능숙한 친구들은 짧은 안타를 치고도 일부러 런다운에 걸려 2루, 3루로 가고 심지어 홈까지 파고들어 득점을 올렸다. 몇 번의 실점을 경험한 필자는 이후 짧은 단타가 나오면 야구의 정석대로 2루에 공을 던졌고 주자의 유혹에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 더 이상 런다운이 어이없는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 바닥을 친 은행 금리가 시사하는 의미
최근 집계된 은행권의 금리 동향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대출금리가 5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인 것과 함께 예금금리가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출에 이어 예금까지 금리가 반등함에 따라 시중금리가 적어도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은행권의 여수신 금리 결정은 시장성 금리와는 달리 상당한 장기 추세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그때마다 발생한 변화를 반영할 경우에 ‘메뉴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 금리 상승은 시장금리 변화가 상당히 누적됐고 의미가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불어 은행금리가 경제 주체들에게 주는 기대 형성이란 측면도 섣불리 간과하기는 어렵다. 가계나 기업이 가장 먼저 접하는 금리 벤치마크가 은행금리인데 그 벤치마크가 상승한다는 것은 금리 방향에 대한 잠재적 시그널링 효과가 상당하다는 판단이다.



◆ 바벨형 포트 구축 권고, 3-5년물은 커브 형태에 따라 대응 관점에서
지난 금융위기 이후 극적인 시중금리 움직임과 더불어 채권 운용수익률 동향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급격한 금리 눈높이의 변화와 함께 장기 영역이 월등한 초과 수익률을 달성했던 시기(08년 4Q), 그에 따른 반작용 국면(09년 1Q) 그리고 평균치를 중심으로 수익률 분포가 분산된 시기(09년 2Q)로 차츰 변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사는 3Q의 경우도 2Q와 비슷하게 평균 수익률을 중심으로 만기에 따라 수익률이 다양하게 분포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시장 변동성이 상당한 국면에서 만기나 종목에 따라 번갈아 순환적인 흐름이 형성될 수 있다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당사가 평가하는 상대적으로 매수 메리트가 큰 만기 영역은 1년을 전후로 한 구간과 10년 이상 구간이다.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벨형 구조다.


만기 1년 전후 구간을 추천하는 근거는 단기 간에 정책금리 인상과 같은 이벤트를 동반한 통화정책 결정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착안했다. 또 만기 10년 전후의 초장기 영역의 경우 보험 등 장기 투자기관들이 꾸준히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상대적으로 3년, 5년 구간의 경우는 커브 형태가 단기적으로 급격하게 변화한 시점에 대응 트레이딩 측면에서 관심을 두는 것이 유효해 보인다.


◆ 신포도(Sour Grapes)는 버리자
채권시장이 6월 금통위에서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시사 이후 새로운 박스권 상하단을 확인하는 과정을 경험했다. 여전히 장중 변동성은 빈번하게 분출되고 있으나 적어도 금리수준과 관련한 눈높이 조정으로 시장 자체적인 적응력은 확연히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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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간에 행동을 수반한 금리정책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경기 논쟁이 바닥 여부에서 속도나 강도로 전이될 경우 시중금리는 월 초반 정책 이벤트를 전후로 단기 고점 확인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빈번해진 출구전략 논의 등 정책 기조 변화의 우려가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추세적인 포지션 노출은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전략적 측면에서는 박스권을 기준으로 레인지 대응이 여전히 적절해 보인다. 현 금리수준의 상하단을 강하게 돌파할 요인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가격 교란을 통한 박스권 이탈 국면에 대해서는 시장 여건에 따른 추격 행보보다는 오히려 기존 포지션 청산이나 신규 포지션 구축을 위한 모멘텀으로의 활용을 권고한다. 더불어 금리가 단기 고점을 확인할 경우 우량 등급을 중심으로 크레딧 채권에 대한 관심도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김남현 기자 nh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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