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은 물론 박찬구 회장 역시 그룹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박삼구 회장은 오너일가가 그룹경영에서 물러나는 이유에 대해 "박찬구 회장이 개인적인 이해관계로 그룹 경영에 반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특히 "나에게 유고가 있을 경우 내부 전문경영인이거나 외부 덕망있는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추대한다는 선대와의 합의가 있었다"고 말해 처음부터 박찬구 회장이 경영권을 인계 받을 가능성이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 박찬구 회장 그룹경영에 '반하는' 행동은 무엇?
대우건설에서 비롯됐으나 대(代)를 이어온 형제경영 파국을 야기시킨 박찬구 회장에게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룹에 반(反)하는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박찬구 회장이 올해 금호그룹 경영권을 놓고 세간의 집중을 받은 것은 지난 7일이다. 당시 금호그룹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이 그룹을 이끌던 체제에서 금호석화 단일 지주회사로 체제를 전환했다.
이 와중에 박찬구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매도하고 사재를 더해 금호석화 지분을 늘렸다.이로 인해 금호석화 지분구도가 박삼구ㆍ박찬구 회장 및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부장이 각각 10.1%씩을 보유하던 3각 황금비율이 무너졌다. 박찬구 회장 일가가 6.43%를 더 갖게 된 것. 박삼구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 금호석화 주식 6만여 주를 더 사들였다.
그룹 안팎에서는 당연히 '금호석화가 계열분리되는 것이 아니냐?' 또는 '형제 경영권 분쟁 사태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루머가 나돌기 시작했다. 이날 박삼구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혔 듯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화 지분 매입은 회사 유동성 위기나 신뢰도 하락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박찬구 회장의 '그룹 이익에 반하는 행동' 은 바로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이면서 박삼구 회장의 동의없이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경영권 찬탈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박삼구 회장으로서는 처음부터 경영권을 물러줄 생각이 없던 차에 박찬구 회장측이 무리하게 지분경쟁에 나서고 그룹의 형제경영 구도를 깨뜨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동반 퇴진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하고 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 시작되나...박찬구 회장 거취와 반응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권과 그룹경영의 항배의 키는 이번에 물러난 박찬구 회장이 쥐고 있다고 볼수 있다. 자의로 물러난 것이 아니고 그룹의 경영권분쟁의 불씨가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삼구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박찬구 회장이 동반퇴진을 순순히 받아들였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사회 결정사항이므로 당연히 따라야만 한다"고 대답했다. 박찬구 회장이 동반퇴진을 순순히 받아들지 않았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삼구 회장은 "법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며 "이사회 결정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박찬구 회장이 법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혀 박찬구 회장이 법적 대응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박찬구 회장은 이사회 결의에 대해서도 이사회 의장인 박찬구 회장이 참석하지 않은 이사회는 무효라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적대응을 통해 28일 이사회를 무효화할 수 있다면 박찬구 회장은 22%에 달하는 자사주를 바탕으로 형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만일 이사회 무효 건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박찬구 회장은 현재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금호석유화학의 계열 분리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금호 그룹 황제의 자리를 원했지만 그 꿈이 좌절된 마당에 이대로 계열분리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어찌됐건 결국 박찬구 회장이 정상적인 절차로 그룹경영에 복귀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추가적인 형제의 난이 불거질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 박찬구 회장 정말 경영권 바통에서 제외됐나?
금호그룹은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으로부터 장남인 고 박성용 회장에게 승계된 이후 1996년 박성용 회장 동생인 고 박정구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갔고 2002년에는 다시 셋째 박삼구 회장이 넘겨 받는 형제 상속의 전통을 이어온 전례가 있다.
박삼구 회장도 기자회견에서 금호그룹에는 '65세 룰(65세가 되면 경영권을 형제에게 승계하는 것)'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은 "자신이 유고시 내부 전문경영인이나 외부 덕망있는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추대한다는 선대와의 합의가 있었다"고 밝히며 박찬구 회장에게 처음부터 경영권을 승계할 뜻이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애가 깊은 형제간으로 보였지만 이미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간 갈등은 오랜 시간 지속돼 왔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이 처음부터 경영권 승계에서 제외됐다는 박삼구 회장의 주장은 일견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형제 상속이 아니라면 당연히 부자 상속이 이뤄지는 것이 한국 그룹의 풍토상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덕망있는 외부인사'까지 거론하며 더이상의 형제상속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기자회견 전날 있은 가족회의에서는 창업주 박인천 회장의 2남 고 박정구 회장의 미망인 등 가족들이 그룹의 '형제승계' 전통을 깨버린 4남 박찬구 회장의 돌출행동을 강도 높게 질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일이 사실이라면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을 급속히 늘리면서 강제적으로 그룹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돌출행동'이 없었다면 자연스럽게 형제상속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조해수 기자 chs90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