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경찰-흑인교수, 인종차별 공방에 휘말린 오바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친분 있는 하버드대학 흑인 교수 체포사건과 관련해 경찰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인종차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6일 미국 하버드대학의 저명한 교수인 헨리 루이스 게이츠 교수는 여행에서 돌아와 집 문이 잠겨 있자 어깨로 밀고 들어가려다 이를 목격한 백인 여성에 의해 경찰에 신고됐다. 게이츠 교수는 현장에 출동한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경찰서의 제임스 크롤리 경사에게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가 체포되면서 이번 사건의 단초를 제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친구이기도 한 게이츠 교수가 체포됐다가 석방된 사건과 관련, "경찰의 행동은 어리석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인종차별'에서 흑인 대통령의 '과도한 흑인인권 옹호'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깜짝 놀랐다"며 "내 말 뜻은 게이츠 교수와 크롤리 경사가 모두 진정하고 냉정을 찾았어야 했다는 의미"였다고 수습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질타를 당한 크롤리 경사는 2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이런 '동네 문제'에까지 개입한 것은 실망스럽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했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게이츠 교수에게 사과할 뜻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미 경찰 단체는 오바마 대통령이 사전 정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경찰을 비난했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크롤리 경사를 비판하면서 용어 선택을 잘못했을 뿐아니라 미국 경찰관 모두를 모욕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흑인사회 역시 분노에 가득차 있다. 한 흑인인권변호사는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여전히 인종차별이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태가 이처럼 확산되자 사건 당사자인 게이츠 교수는 어이가 없다. 그는 "경사는 처음부터 매우 건방진 태도로 아무 설명 없이 '밖으로 나오라'며 신분증을 내놓으라고 했다. 경찰서에 불만 신고를 하겠다며 경관 번호를 달라고 했으나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