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큰 규모가 문제, 모듈화 해야
금융권의 신용 창출 기능을 정상화하고, 아울러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은행에 투입했다. 하지만 은행 펀더멘털도, 신용 창출 기능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지나치게 비대해진 금융회사의 외형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럼을 통해 금융 시스템을 각각 독립된 기능을 수행하는 모듈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 착륙 차는 대표적인 모듈(Module: 모선(母船)에서 독립하여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 디자인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듈디자인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의 모듈이 망가져도 모체(母體)가 작동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데 있다.
산소탱크가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폴로13호 우주 비행사들이 무사히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던 것도 모듈 시스템 덕택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은 복잡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 우리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 실패를 예방하기 위해 항상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학적 원리가 경제원리에도 적용된다. 여러 모듈이 아닌 너무 큰 모듈 하나만을 제작한 것이 이번 금융위기의 전주곡이었다. 금융부분에서 여러 요소(기관)들과의 어설픈 연결은 결국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하게 된다. 거시건전성(macro-prudential) 리스크로 불리는 이 리스크는 보통 시장참여자들이 서로의 부정(absurd)을 눈감아 주는데서 비롯된다.
금융 거품이 생기고 거품이 터지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유도 모른 채 제일 큰 고통을 받는 사람은 금융과 거리가 먼 일반 서민들이다. 그리고 금융당국은 사태를 수습하느라 항상 분주하다.
1970년까지 20여년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의장을 지낸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William McChesney Martin) 전 연준 의장은 "파티가 너무 달아오르기 전에 펀치볼(punch bowl: 미국인들이 파티 할 때 마시는 알코올 섞인 음료 그릇을 말한다)을 치우는 것이 중앙은행의 임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바 있다.
사실 맥체스니의 말은 정치권에서는 반길만한 말은 아니다. 차라리 앨런 그리스펀 전 연준의장처럼 ‘이성적인 풍요로움‘이 더 먹히기 쉬운 말일 것이다.
전통적인 시스템 리스크는 보통 은행권의 잘못된 운영에서 비롯됐다. 은행이 예금수취 조절에 실패해 부도가 나면 일찍나와 은행 앞줄에 선 사람은 돈을 찾아가고 마지막 남은 사람은 한 푼도 받아가지 못했다. 과거에는 이러한 문제가 하나의 은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은행권 전체의 문제였다. 1933년 미국은 전체 은행의 부실로 잠시 경기성장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미국 정부가 적당한 예금보호 정책을 내놓으면서 별 탈 없이 해결됐다.
최근의 리스크는 한 가지 사건에서 비롯된다. 금융시장의 신용 리스크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부도를 맞은 베어스턴스와 파산 위험을 맞았던 AIG가 이에 포함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개입에 반대하는 주요 두가지 의견이 있다. 첫째는 국민들에게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은 학교나 병원을 짓는데 써야 한다. 개인에게 유용한 곳에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는 정부개입이 하나의 은행에서 비롯된 리스크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스템 리스크의 주요한 원인은 거대 금융회사 규모 자체에 있다. 미국 최대 보험 그룹 AIG는 직원수만 12만명이다. 그중 런던에는 100명도 안되는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로얄뱅크는 전 세계적으로 17만명의 직원이 있다. 16만9000명이 멀쩡하게 근무를 하고 있어도 회사는 삐걱거릴 수 있다.
가전기기를 뜯어보면 우리는 수많은 모듈들을 찾을 수 있다. 가전기기가 고장이 났다면 가전기기를 고치기 위해서 결함 있는 모듈을 버리고 새로 교체하면 된다. 이 일을 돈이 좀 든다고 하지 않는다면 수년간 우리는 성능이 부실하고 기능이 안 듣는 가전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금융시장 역시 이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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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련의 아폴로 프로그램과 TV를 만든 사람들을 통해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모듈로 구성된 시스템이 훨씬 견고하다는 것이다. 모듈화는 하나의 모체가 각각의 기능을 가진 부품들로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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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필 기자 ryanfee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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