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의 엔화로 뉴질랜드 등 고수익 통화에 투자하며 세계 금융시장을 헤집어 놓았던 일본 '와타나베 부인'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일본 정부가 그동안 소액의 종자돈으로 막대한 환차익을 올려온 가정주부와 회사원, 퇴직자들의 외환거래에 강한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

일본 정부가 개인 투자자의 외환증거금(FX) 거래에 대한 투자배율(레버리지)을 최대 25배로 제한키로 했다.

일본 증권거래 등 감시위원회는 "고레버리지 상품은 약간의 환율 변동에서도 보증금 부족이 생겨 고객에게 예기치 못한 손해를 줄뿐 아니라 중개업자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금융청에 대해 환율 변동을 감안한 수준의 레버리지 배율을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로 고수익-고위험 구조로 짭짤한 재미를 봐온 와타나베 부인들의 투자처가 사실상 사라진 바나 다름없게 됐다.

그 동안 외환거래 중개회사에 따라서는 증거금의 100~600배까지 외환거래를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1만엔의 증거금을 외환거래 중개회사에 맡기고, 증거금 배율을 100배로 적용 받으면 총 100만엔 규모의 외환거래가 가능해진다. 이후 투자자는 엔화가 달러당 1엔씩 등락할 때마다 1만엔의 환차익이나 환차손이 발생되는 구조로 울고웃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07년 뉴질랜드 달러는 미국 달러 대비 22년 만에 최고치인 79센트로, 2000년대 이후 최저치의 거의 2배로 뛰었고 엔화에 대해선 19년 만에 최고치인 96.55엔대로 치솟아 와타나베 부인들의 고위험을 무릅쓴 재미는 쏠쏠했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일본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초저 금리를 이용, 엔화를 고금리 국가의 금융상품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려 '잃어버린 10년'을 이겨냈다. 그 과정에서 도쿄 외환시장 거래의 30%를 차지하며 세계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원동력 중 하나로 성장했으며, 이들의 거래 금액은 하루 평균 150억달러 규모로 최근 1년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거액의 금액이 오가는 만큼 탈세 사례가 급증, 1년간 외환증거금 거래에 따른 소득세 신고 누락은 250억엔에 달해 일본 금융당국의 표적이 돼 왔다.

일본의 검색 포털 사이트 뉴스에서 '와타나베 부인(渡邊婦人, mrs. Watanabe)'을 검색하면 "해당 기사가 검색되지 않았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또 일본 금융사 직원에게 물어도 전혀 모른다는 대답이 되돌아 온다. 이런 무형의 집단인 '와타나베 부인들'이 외환거래 증거금을 600배까지 끌어올린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점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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