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흑삼병 출현..재빠른 회복이 관건

학창시절 시험보기 일주일 전 쯤에는 항상 하는 일이 있다. 공부 계획표를 짜는 것이다.
계획표대로만 공부를 한다면 어떤 과목도 두려울 게 없었다.
공부하는 시간보다 계획표를 짜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이 계획을 지켜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루 이틀 밀리다 보면 다음날 해야 할 공부의 양은 더욱 많아지고, 결국 계획표대로 공부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하루 이틀 밀렸을 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밀린 부분을 소화해낸다면, 다시 계획표대로 공부를 진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요한 것은 밀린 것 자체가 아니라 밀린 부분을 얼마나 재빠르게 따라잡냐는 것이다.

주식시장도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코스피 목표치를 1600~1700선까지 세워놓았고, 이대로만 진행되면 1600선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계획이 조금씩 미뤄지고 있는 느낌이다.
1400선을 돌파한 것이 지난달 6일이었는데 벌써 한달 째 14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바짝 쫓아가도 모자란 판에 전날에는 우리증시만 큰 폭으로 빠지면서 1370선대까지 주저앉았다.
계획대로 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갔어야 하지만, 한달째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으니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상승에 대한 부담감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일봉 차트에서 볼 때 5일선과 10일선, 20일선이 모두 아랫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동평균선, 특히 20일선마저 아랫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는 부정적인 시그널이다.

게다가 전날에는 흑삼병이 출현했다.
흑삼병이란 음봉 3개가 나란히 이어진 것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흑삼병은 추세전환 시점, 특히 천정권에서 등장한 흑삼병은 강력한 매도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4월28일에도 흑삼병이 등장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 사흘 연속 양봉이 갭상승하며 출현, 지수가 다시 연고점을 찍게 됐다. 물론 이후 상승탄력이 눈에 띄게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하락추세로 전환되거나 하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는 20일선이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던 만큼 20일선이 지지대 역할을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이 시점에서는 외국인이 강한 순매수세를 유지하고 있었던 만큼 저가 매수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덕분에 갭상승한 양봉이 3개 연속 나타나며 이내 하락세를 막아낼 수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20일선을 무너뜨린 것은 물론 20일선이 우하향 곡선을 띄고 있으니 강력한 지지대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에 대한 기대감도 반신반의다.
외국인은 전날까지 이틀 연속 순매도세를 보였고, 순매도세를 보이기 이전에도 매수 강도는 눈에 띄게 약해져 지수의 힘없는 상승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특히 내주 쿼드러플위칭데이를 앞두고 선물 시장에서도 무차별적인 매도 공세를 펼치며 프로그램 매물을 유도, 수급적으로도 부담이 큰 상황이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상황은 좋지 않다.
이머징 국가의 산업경기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주택경기는 여전히 부진하고 고용시장 역시 얼어붙어있다.
여기에 영국 등 유럽 금융권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 역시 한 때 7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하반기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점차 흐려지는 모습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투자심리는 강한 편이라는 것.
전일 오후장에서 코스피200 선물이 급락하면서 VKOSPI가 급등했지만 장 마감전에 VKOSPI 급격히 하락해 이틀 전 대비 0.31% 하락한 채로 마감했다. 일명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VKOSPI가 상승하지 않은 것은 추가 급락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로, 투자심리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뜻이 된다.

강한 투자심리를 바탕으로 코스피 지수가 그동안 밀린 상승분을 빠르게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루 이틀 계속 밀리다보면 상승에 대한 부담감은 더욱 커지고, 결국 제자리에 안주하는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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