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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검은 스머프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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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들의 전염병 '냅(gnap)'.

스머프들의 전염병 '냅(gn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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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만화시리즈 스머프에는 '냅(gnap)'이라는 검은 피부의 스머프가 등장한다. 정체불명의 벌레에 물려서 몸색깔이 검게 변한 '냅' 스머프는 동료의 바지를 확 잡아 내리거나 먹을 것을 뺐는 등 못된 짓을 일삼는다. 게다가 이 '냅'은 '전염'된다!

냅이 '냅(gnap)! 냅(gnap)!'이라고 외치며 멀쩡한 다른 스머프 옆에서 뛰어다니면, 그 스머프는 냅의 행동을 따라하다가 어느새 '냅'이 되고 만다.
다른 생명체에 의해 옮겨진 증상이 동종 생물끼리 전염된다는 걸 보면 일종의 바이러스성 질환인 셈. (여담이지만 냅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키며 불어판 원작에서 검은 색이었던 게 영문판에선 보라색으로 '탈색'됐다.)

공포영화를 다루는 코너에서 왠 뜬금없이 스머프 얘기냐면 최근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플루를 보고 얼핏 예전에 봤던 스머프 만화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냅이 평범한 다른 스머프를 괴롭히며 전염되듯 이번 독감 인플루엔자 역시 전세계인을 전염의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공식명칭만 해도 돼지독감이라고 했다가 SI, MI, 결국 인플루엔자A(H1N1, 신종플루)로 네 번이나 바뀌었으며 애꿎은 축산업계가 심각한 매출 하락을 겪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 기회를 빌어 말하지만, 절대로 돼지고기를 생으로 '우두둑' 씹어먹지 않는한 신종플루에 감염될 위험은 없다.
아웃브레이크(1995)

아웃브레이크(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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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성 전염병은 예전 '미스트'를 소개하며 언급했듯 일종의 '보이지 않는 공포'다. 그러나 눈에 보이진 않지만 실제한다는 점,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어 치료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또 타인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생활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며칠전 지하철을 탔을 때 일이다. 30대로 짐작되는 한 남성이 재채기를 연거푸 여섯번이나 했다. 그러자 그의 좌우로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홍해 물살이 갈라지듯 자리를 피한다. 코미디의 한 장면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이다. 생활속의 불안도 점점 증폭되어간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기묘한 모양의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었으며 버스 손잡이를 잡는 것조차 불안하다는 이도 있다.


영화속에 나오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은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한 '아웃브레이크'(1995)에 등장하는 바이러스는 1976년 아프리카 자이르(현 콩고)에서 발생한 에볼라바이러스를 참조해 설정됐다. 실제 에볼라 바이러스가 내장출혈과 외출혈을 동반하며 치사율이 최고 90%에 이르니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진 결과는 더 끔찍하다.

대니보일감독의 '28일후'에 등장하는 '분노 바이러스' 역시 정답이 없는 전염병을 옮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침팬지와 접촉하면서 사람에게 전염된 이 질병에 걸리면 '성질이 뻗쳐서' 어쩔 줄 몰라하며 좀비화 되어 다른 사람을 공격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아웃브레이크와 마찬가지로 원숭이 종류가 숙주가 된다는 설정인데, 이는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 바이러스가 아프리카의 원숭이에게서 왔다는 현실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나 싶다.

둠스데이(2008)

둠스데이(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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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깁슨이 주연 매드맥스(1979)의 오마주격으로 만들어진 닐 마셜 감독의 '둠스데이'에도 살인 바이러스가 나온다. 영국의 유명한 살인마였던 잭더 리퍼를 연상시키는 '리퍼 바이러스'라는 이름의 이 바이러스는 독감과 비슷한 증상일 보이다 결국 전인류를 몰살의 단계로 몰아넣는다.

이렇듯 영화속에서 바이러스 전염병이 훑고 지나간 자리는 대부분 폐허가 되기 직전에 처한다. 간신히 전파되는 걸 막는다고 해도, 영화 제작자의 우려먹기 심보 때문인지 2탄을 예고하며 찝찝한 결말을 맞기 일쑤다. 무엇보다도 가장 화나는 건 위험한 줄 알면서도 병걸린 원숭이를 툭툭 건드리는 '1차 접촉자'들이라고 할까? 하. 하. 하.

결론 -

국내서 첫 확진 환자로 판명된 모 수녀님이 의사의 확진 통보를 전해 듣고는 말없이 미소를 머금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하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라는 마음과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한순간 일소되었기 때문이리라. 종교적 카테고리는 다르지만 그 미소는 어쩌면 불교에서 말하는 염화미소(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이 통해 깨달음을 얻은 뒤 짓는 웃음)가 아닐까 싶다. 바이러스 공포에 떨고 있는 그대여,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살지어다. 손만 깨끗이 자주 씻으면 전염의 공포가 절반으로 줄어드니 말이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연거푸 재채기하는 사람에게 말없이 티슈를 건내주길. 염화미소를 지으며...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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