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텀 잃은 시장..지루한 기간조정 재충전 기회로 삼아야
'역전승'이라고 하면 언제나 '짜릿한' 기분을 느낀다.
경기 내내 상대편에게 점수를 내주고 있다가 연장전에 접어들어서야 마침내 상대방의 실책을 이끌어내고, 우리가 점수를 따낸 기분이다.
역전승을 이뤄내고 나면 응원하던 사람들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흥분이 넘치지만 선수들에게는 또다른 고된 훈련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승리를 하긴 했지만 경기를 리드하지 못했다는 부분은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날 주식시장도 막판 역전승에 성공했다.
장중 내내 무거운 압력에 짓눌려 휘청거렸지만 장 막판 겨우 반등에 성공해냈다.
반등했지만 시장을 이끌만한 모멘텀이 없었던 것은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이렇다할 모멘텀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막판에만 반짝 상승하는 눈속임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모멘텀을 잃은 것은 지난 13일부터다. 지난 7거래일간 주식시장은 5차례 반등했으니 나름대로 꾸준히 올라선 게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오히려 전날의 종가는 지난 13일 시가보다도 낮은 상황이다. 7번 중 5차례 반등을 했다 하더라도 그 폭이 얼마나 미미한지, 또 얼마나 의미가 없는 수준인지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전날에는 수급측면에서 특별한 변화도 감지됐다.
기관은 12거래일째 순매도세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이 이 매물을 잘 받아내고 있었지만 전날에는 외국인마저 '팔자'로 돌아섰다. 외국인이 돌아선 이유는 미국시장 때문이다. 미국시장이 7주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하자 비교적 글로벌 주식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국인이 곧바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즉, 미국시장이 안정돼야만 외국인의 지속적인 순매수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큰 기대는 접어야 하겠다. 지난 새벽 미국증시가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반등 폭은 하락폭의 절반에 불과하는 수준이었다. 지난 20일의 악재, 즉 금융주의 부실 우려감을 상쇄시킬만한 모멘텀이 등장하지 않았고, 여전히 우려감이 일부 남아있다는 말이다.
미국 금융위기의 핵심에 서있는 금융주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있는 한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클 수 밖에 없고, 이것은 외국인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치며 국내 주식시장 역시 이에 휘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족한 부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승리는 승리인 만큼, 역전승 자체를 기뻐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전날 주식시장이 막판 반등에 성공한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강한 대기매수세와 예상외로 견조한 기업들의 실적이다.
15조원대로 늘어난 고객 예탁금이 말해주듯이 늘어난 유동성은 주가가 빠질때마다 매수 기회로 삼으며 행동에 나서고 있다. 주식시장은 이미 상당기간 방향성 없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심리는 강하다는 설명이다.
견조한 기업들의 실적 역시 긍정적인 부분이다. 장 막판 낙폭을 줄인 원인 중 하나는 LG전자의 예상외로 견조한 실적발표였다.
당초 1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며 대부분 마음을 비우고 있었지만, 의외로 견조한 실적들이 쏟아지면서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 단기급등으로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을 한단계 완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로 작용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 두가지 이유가 국내 증시에 조정을 허용하지 않는 강력한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조정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조정은 가격조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과 같이 방향성 잃은 지루한 움직임, 즉 기간조정 역시 과열을 식히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과열 양상을 띄던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진정됐고, 20일선과의 이격도 역시 과열을 해소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이미 기간조정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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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가격조정이냐, 기간조정이냐를 떠나서 투자자들에게는 대응하기 어려운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상승 모멘텀이 등장하지 않는 한 당분간 조정은 불가피한 장이다. 수익률이 별로 나지 않고 떨어질 것이 걱정되는 투자자라면 굳이 주식시장을 뚫어져라 쳐다볼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기간조정이 이어지는 이 기간을 달콤한 휴식기간으로 삼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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