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불과 5초전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미끼를 물다가 운 좋게 빠져나와도 5초가 지나면 이를 기억하지 못해 또다시 똑같은 미끼를 물어 낚시꾼에 잡힌다는 것이다. 손쉬운 먹이를 탐하는 욕망과 충격적인 경험도 쉽게 잊어버리는 망각이 불행을 가져오는 셈이다. 이러한 물고기를 조롱할지 모르지만, 우리 인간들도 탐욕 때문에 망각을 되풀이하여 큰 고통을 주기적으로 겪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전세계를 경제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미국발 금융위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금융관련자들의 탐욕이 주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이에 따라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성과급에 현혹된 금융회사 직원들은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을 일삼았다. 일반인들도 가격상승만을 기대하며 상환능력은 생각하지도 않고, 무작정 돈을 빌려 주택을 사재기한 결과 주택가격에 버블이 생겼다. 이러한 버블이 한순간에 꺼지면서 자금을 융통해준 금융회사들은 위험에 빠지게 되었고 이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전개된 것이다.
이는 정부의 저금리정책 및 금융회사에 대한 철저하지 못한 감독에서 발단되었겠지만, 한없이 올라갈 것 같은 주택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망 또한 한 요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가치한 주택담보대출자산을 수학공식 몇 개로 수익성 좋은 안전한 투자상품으로 재포장해 전 세계를 상대로 판매한 세계유수 투자은행 종사자들의 탐욕에 있었던 것 같다. 매년 말이면 어김없이 엄청난 보너스가 그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반면, 소속금융회사는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탐욕에 의한 버블이 그 동안 수차례나 반복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1600년대에 발생한 네덜란드의 튤립사건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튤립의 독특한 색깔이 부유층의 '명품'으로 인식되면서 시작된 튤립 열풍은 네덜란드 전역을 휩쓸었다. 당시 네덜란드 노동자의 1년 임금이 200~400길더인 데 반해, 최고급 튤립 뿌리 하나는 5200길더에 달했다. 그러나 몇 년간 지속되던 튤립 투자 열풍은 하루아침에 꺼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파산했다. 그 후유증으로 네덜란드는 한동안 심각한 경제공황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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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유사한 버블은 특히 미국에서 수차례 발생했다. 1920년대 플로리다 부동산사건, 1929년의 대공황, 1960년대 우주개발관련 성장주중심의 주식 폭등사건, 1987년의 블랙먼데이(Black Monday) 등으로 이어졌으며, 가장 최근에는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의 IT산업 발전에 따른 기술주 버블이 있었다. 당시에는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던 큰 사건들도 어느 정도의 세월이 경과하면 세대가 바뀌어서인지 모두들 망각하고, 재발되는 것이다. 이번에도 과거의 버블을 기억하며 경고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 것이므로 버블이 결코 아니라는 주장이 팽배했다.
탐욕과 망각에 의한 재앙은 이를 치유하기 위한 명분으로 억압 또는 규제를 합리화시킨다. 자유화, 개방화를 부르짖다가도 위기를 겪으면 각 경제개체의 행동을 제약해야한다는 이론이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요즘 일부 국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력히 주장하고, 거의 모든 국가들이 규제 강화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다. 결국 우리중 일부의 탐욕과 망각이 위기의 원인이 되고 이로 인해 우리 모두가 종전보다 억압되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종전과는 달리 전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국가가 동시에 경험하고 있어, 망각하기에는 너무 강렬한 것이 오히려 다행인 것 같다. 우리와 우리의 다음 세대들 모두 지금의 위기를 기억하고 절제해, 탐욕과 망각으로 인한 고통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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