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진 우려불구 초강경 카드...은행권 당혹속 "지켜보자" 신중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대출금리인하 요구에 가산금리 조정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췄지만, 중기대출 금리까지 건드릴 경우 심각한 역마진 우려에 빠질 수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구체적인 인하폭까지 제시하면서 은행들도 마냥 덮어둘 수만 없는 숙제를 풀어야할 상황에 놓였다.
◆기은, 보증담보대출 금리 1%p 인하=윤용로 기업은행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의 실질적 이자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다음주부터 보증서 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1%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영역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부 인하했지만,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건드린 것은 기업은행이 처음이다.
윤 행장은 "급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 작년말부터 대출금리 인하방안을 고민해왔다"며 "실세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인하 효과는 통상 3개월 정도 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하 기조가 정착된 지금은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줘야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신·기보 등 보증기관의 보증비율이 100%인 대출은 자동적으로 1%포인트씩 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보증비율 85%이하 100% 미만일 경우에는 0.5%포인트씩 감면하되, 영업점장이 최대 0.5%포인트내에서 추가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주말에 전산 작업을 마무리한 후 다음주부터 바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윤 행장은 "보증부대출 금리인하는 총 4조원 한도로 연말까지 운용할 것"이라며 향후 금리인하 효과 등을 지켜본 뒤에 개선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중소할인 특별펀드' 2조원을 조성해 연말까지 할인어음 대출금리도 1%포인트씩 낮추기로 했다. 현행 최고 21%인 대출 연체금리도 최대 3%포인트 감면키로 했다.
◆당혹스러운 은행권...'좀더 지켜보자'=기업은행의 중기대출 금리인하 소식을 접한 은행권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이어 중기대출 금리까지 인하 압박을 받을 경우, 영업기반에 적잖은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중소기업대출 담당자는 "신용보증기관에 별도 출자를 해서 중소기업 대출을 직접 지원을 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까지 인하한다면 은행들의 역마진 고통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도 "대기업 수준의 신용도를 가진 중소기업이라면 일정부분 금리를 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까지 일관 인하하면 대출부담이 너무 커진다"며 "저리로 지원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국책은행이 부실화가 된다면 결국 정부와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은행 최고경영자들의 판단도 복잡해졌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중기대출 금리 인하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기대출 이자의 구조는 굉장히 복잡해 일률적으로 인하를 할수 있는지, 없는지로 대답하기 불편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시중은행들의 조달코스트를 감안할 때 선뜻 중기대출 금리인하에 동참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본격 가동된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6%대 중반의 금리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유상호 LIG투자증권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시중은행의 경우 기업은행과 태생적으로 수신기반이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단, 보증기관들이 보증율을 더 높여서 여신안전성 보장해준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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