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섭의 꽃예술과 조경이야기]

우리들은 영장류 중에서도 인간이 가장 뛰어나다고 배웠다.
그러나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먹이사슬이 끊기고, 삶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위를 논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모두가 필요하기에 누가 낫고 못하다는 식의 접근법은 적절치 않다.들에서 자라는 풀을 먹고 사는 동물들을 보자. 움직이는 동물들은 많은 것을 주기도 하지만 자연을 훼손시키기도 한다. 코끼리 같은 큰 동물들은 때론 나무뿌리까지 송두리째 뽑기도 한다. 좋은 일만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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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상을 다스리고 있는 것 같지만 자연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역시 미미한 존재다. 찬란한 역사와 문명을 일구기도 했지만 엄청난 재앙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환경 훼손, 자연 파괴의 주범 역할을 해왔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들풀은 초식동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양식이다. 뜯기어도 소리도 내지 않고, 산불이 나도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삶을 마감한다. 남을 해치지도 않고, 주기만 하다가 소리없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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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종에 달하는 식물들은 보면 색깔도 모두 다르다. 열매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이름없는 야생화의 꽃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미 이상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꽃 속에서 또 다른 꽃을 피우는 식물도 있다. 생태계 중에서 종류도 가장 많다. 만일 인간과 세상을 조물주가 만들었다고 했을 때 아마도 가장 손재주가 뛰어난 조각가에서 식물 제작을 맡겼다고 볼 수 있다. 식물 군상의 면면을 보면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 부은 흔적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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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사랑했기에 가장 많은 정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강원도 산골 사람들은 타지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자연과 너무 친숙한 환경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도시 사람들이 나쁜 속성을 알고 나서부터는 이들을 기피한다는 것이다.그들은 결코 속임이 없는 자연을 봐왔기에 겉치레와 꾸밈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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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사람들은 가드닝, 즉 정원 가꾸기에 많은 품을 들인다. 그들의 화제거리는 부동산과 집값이 아니라 무슨 화초가 새로 들어왔고, 이 화초는 크면 어떤 모습이 된다든가 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 포기 나누기를 한 화초를 서로 교환하고, 어떻게 하면 그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지에 대한 정보도 아낌없이 나눈다.화초류는 인간에게 내려진 가장 소중한 선물 중 하나다. 그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축복을 만끽할 수 있다.
한나라를 단지 며칠 보고 그 나라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좋은 곳만 보게 되면 좋은 곳이라는 인상을 갖게 되고, 혹여 잘못된 일을 당하면 추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곳으로 남는다. 여행 전문가들도 어느 한 지역을 방문하면 최소 1주일 정도는 그곳에 머물러야 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섣불리 그 지역 문화와 특색을 단정짓지 말라는 경고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필자의 느낌이 맞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런던 근교에서 받은 인상은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다.


몇 년 전 런던 시내에서 숙소를 찾지 못해 근교에서 숙박을 한 적이 있었다. 시차 때문인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됐고, 식사시간이 남은 것 같아 호텔 밖을 혼자 걸었다. 한 10여 분 걸었을까. 그리 잘 정돈된 것은 아니었지만 골프장도 쉽게 눈에 들어왔고,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 한적한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이 곳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해서 마을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먼저 공동 묘지가 눈에 들어왔다. 한마디로 참 잘 꾸며져 있었다. 시골 자그마한 동네에 불과했지만 공동묘지에는 주민들의 갖은 정성이 깃들여 있었다. 나무로 다듬은 목재 조형물도 중간 중간에 세워져 있었고, 누구의 묘 인지를 알리는 판석도 각양 각색이었지만 서로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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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이제야 묘지 조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금 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니 여기저기 작고 큰 화단이 눈에 띈다. 화단마다에는 곱고 섬세한 손길이 닿아 있었다. 영국 남자 대다수가 휴일이나 주말에 정원 가꾸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깔끔하게 정돈된 화단에서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영국민들의 정서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영국은 동네마다 푸른 공원이 있고, 아름다운 정원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화훼와 정원 관련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송광섭 기자 songbir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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