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 피오리나, 멕 휘트먼, 앤 멀케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경쟁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당당하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여장부라는 점이다.

여기 또 한 명의 여장부가 있다. 122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화장품 메이커 에이본 프러덕츠의 안드레아 정 CEO가 바로 그 사람이다.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데 전력투구하는 그에게 여성이라는 점은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성공에 공짜는 없다=정은 1959년 캐나다 토론토의 중산층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에서 건축학을 강의하는 홍콩 출신 아버지와 화학을 전공한 본토 상하이 태생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어려서부터 우등생이었던 정은 부모의 영향으로 중국어와 피아노 연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유색 인종이라는 보이지 않는 열등감도 갖고 있었다. 이는 훗날 그의 성공신화를 뒷받침한 밑거름이 됐다.

정은 1979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 영문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는 졸업과 함께 대형 백화점 블루밍데일의 인턴 사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인턴으로 출발한 그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블루밍데일에서 곧 인정 받게 된다.

1993년 정은 15세 연상인 블루밍데일의 CEO 마이클 골드와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정은 블루밍데일에 몸 담은 동안 유명 패션 디자이너 도나 카란, 패션잡지 보그의 앤 서덜랜드 편집장 같은 인물들과 인맥을 쌓아갔다. 당시 구축한 인맥은 그가 에이본의 CEO로 자리잡는 데 큰 밑천이 됐다.

◆자신의 입지를 사수하라=1994년 정은 제품 마케팅 담당자로 에이본에 합류했다. 이후 과감한 추진력을 인정 받아 곧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자신이 배운 것을 업무에 접목시키곤 한다. 하지만 제품화하기에 좀 부족하다 싶으면 여지없이 브레이크를 건다.

당시 에이본의 제임스 프레스턴 CEO는 정의 이런 태도를 높이 평가해 주저없이 마케팅 책임자로 앉혔다. 정의 동료들이 "정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일에만 매달렸다.

책임자 자리에 오른 정은 딴 사람이 됐다. 당시 에이본의 미국 판매 및 경영 담당 부사장이었던 브라이언 코놀리는 "사적인 이야기라곤 거의 하지 않던 정이 지금은 자기 할머니와 딸 이야기도 곧잘 한다"고 말했다. 이는 성공한 여성만 누릴 수 있는 여유다.

◆시련을 즐겨라=정에게 잠시 애가 타던 시절도 있었다. 1997년 에이본은 프레스턴 CEO의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었다. 회사는 해외 근무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정을 CEO 후보 가운데서 배제하고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 앉혔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던 중 프레스턴 CEO는 정과 함께 남미 출장을 다녀왔다. 프레스턴 CEO는 그곳에서 정에 대한 평가와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결정이 틀렸음을 알고 후회했다. 그리고 1999년 정이 드디어 에이본의 CEO로 등극했다.

정이 에이본의 사령탑에 오른 뒤 에이본은 숨가쁘게 돌아갔다. 그는 '여성을 위한 기업'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정은 회사 이미지에 변화를 주기 위해 100만달러짜리 광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판매가 부진한 기존 제품은 가차없이 정리했다.

정은 에이본의 상징이랄 수 있는 방문 판매원 '에이본 레이디'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매장까지 개설하는 등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단행했다. 그 결과 에이본은 세계적인 불황에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4·4분기 에이본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0% 급증한 2억324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놀라운 성과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모든 여성의 끊임없는 욕망 수준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인정 받아라=세계는 정의 능력을 인정했다. 그는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50대(大) 여성 기업인' 리스트에 10차례나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주목할만한 세계 50대 여성 기업인'에 2차례,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에 4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1998년 제너럴 일렉트릭(GE) 사외이사, 지난해 1월 7일 애플 고문단에 합류하는 등 정의 명성은 식을 줄 모른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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