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극장가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국 800만명을 동원한 '과속스캔들'에 이어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160만명을 돌파하며 이변을 세우는 한편 '유감스러운 도시' '마린보이' '키친' 등 한국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극장가 관객 집중화 현상은 지난해 12월 개봉한 '과속스캔들' 이후 심화됐다. 개봉 초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던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관객수가 늘어나는 기현상을 초래하며 극장가를 점령했다.

'과속스캔들'에 몰리는 관객들로 인해 2주 뒤 개봉한 '달콤한 거짓말'은 전국 50만명 선에서 간판을 내려야 하는 수모를 당했다.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개봉 전 시사 반응과 언론의 평가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달콤한 거짓말'의 흥행 실패는 뜻밖이었다.

스타 캐스팅과 파격적인 성적 묘사로 인해 관심을 끌었던 '쌍화점'도 '과속스캔들'에 집중되는 입소문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급기야 7주차에 접어든 '과속스캔들'이 3주차의 '쌍화점'을 누르고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현상까지 연출됐다.

영화계는 1월까지 이어진 '과속스캔들'의 열기가 2월 들어 잇따라 개봉된 '마린보이' '작전' '핸드폰' 등의 스릴러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했다. 제2의 '추격자'를 내심 기대한 것이다. 그 자리를 꿰찬 영화는 놀랍게도 독립영화 '워낭소리'였다.

1월 15일 개봉한 '워낭소리'는 전국 7개관에서 개봉돼 100여개로 늘리더니 독립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것도 모자라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점령하는 이변을 낳았다.

'워낭소리'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24일 전국 150만명을 돌파했다. 상업영화인 '마린보이'와 '작전'이 같은 날까지 90만명을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워낭소리'의 기록은 가히 충격에 가깝다.

'워낭소리'에 몰리는 관객 동원이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300개 미만의 스크린에서 상영되면서도 3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는 '작전'이나 '핸드폰'보다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배급사의 지배력이 무력화되고 있는 지점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최근 스타 마케팅이나 이슈 마케팅의 영향력이 줄어든 반면 입소문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다"며 "영화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아무리 높아도 입소문이 퍼지지 않으면 평소 극장을 자주 찾지 않는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 '쌍화점'에는 스타와 이슈가 있었지만 대박으로 이끌 만한 입소문은 없었다. 입소문에 따라 영화에 대한 반응도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입소문이 퍼지는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집중화 현상은 '과속스캔들'과 '워낭소리'를 찾는 관객들의 연령층 변화 추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 극장 관계자는 "두 영화의 경우 상영 기간이 길어질수록 40~60대 관객의 비중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60대 이상 관객이나 평소 극장을 거의 찾지 않는 관객이 영화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극장을 찾는 경우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극장가의 관객 집중화 현상은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가 높아진 한편 언론보다는 입소문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극장에서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들이 더욱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극과 극으로 나뉘는 영화 흥행 결과로 인해 영화 제작자들이 느끼는 고민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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