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 최병선 규제개혁위원장
정부 정책 헛바퀴.. 장·차관 책임갖고 추진해야
지킬수 없는 규제는 신뢰성 훼손.. 권위만 떨어뜨려
우리나라 규제개혁 성공땐 성장률 2%P 추가상승
"전봇대를 뽑는 것만이 규제개혁이 아닙니다. 공무원들의 의식구조를 바꿔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장ㆍ차관들이 자리를 걸고 개혁을 추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규제개혁에 성공한다면 경제성장률을 2%포인트 이상 높일 수 있습니다."
최병선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56ㆍ사진)은 "정부의 규제개혁이 헛바퀴를 돌고 있다"며 인터뷰 내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이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점을 꼽았다.
장ㆍ차관이 공직사회를 바꾸고 개혁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고, 무엇이 규제개혁의 핵심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전 '전봇대를 뽑아라'고 주문한 것이 마치 규제개혁의 본질인 양 왜곡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국민들이 지킬 수 없는 규제를 만들고 지키라고 하는 것은 규제의 신뢰만 떨어뜨리고, 실패한 규제로 남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지난해 시행된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는 정부가 감당하지도 못할 과도한 규제"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원산지 표시제를 감시할 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규제만 만들어 놓아 규제가 갖는 권위나 정당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잘못된 규제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공무원 조직의 기본적인 특성이며, 지속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공무원들의 마음가짐을 바꾸고,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게 최 위원장의 지론이다.
그는 "규제개혁이라는 게 결국 공무원이 규제를 완화해서 문제가 생길 경우 직접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우리의 행정문화는 이를 두려워해 규제를 풀지않고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공무원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보다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는 "최근 경제위기 상황에서 감사원이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도입한 것은 분명한 변화"라면서도 "이것 하나만으로는 안된다. 정부가 열심히 일하려다 잘못된 경우에 대한 면책을 보다 확실하게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위원장은 특히 장ㆍ차관에 힘을 실어주고, 이들이 더많은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장ㆍ차관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정책을 추진하고, 실무 간부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며 "지금은 장ㆍ차관이 워낙 바쁜데다 정책의 우선순위도 규제개혁이 다른 현안에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결재란 옆에 '시장 지시로 결정했다'는 문구를 집어넣도록 하고 나니 많은 정책이 힘을 얻더라"고 말한 사례를 들었다.
최 위원장은 '보이지 않는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인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꾸더라도 기업인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음성적인 규제의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규제개혁의 목표를 공무원들의 의식변화와 공직사회의 선진화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규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경우, 우리 경제가 경제성장률을 2.2%포인트까지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규제에 따른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10% 정도 되는데, 우리는 15% 안팎에 달할 것"이라며 "규제개혁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면 GDP는 1.4%~2.2%포인트 더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한국의 금융이나 노동분야 등의 낙후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반기업정서도 규제개혁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았다. 최 위원장은 "근로자나 국민들이 막연히 기업들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 대해 기업규제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기업 규제를 풀어주면 '잘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규제개혁 조직의 확대와 전문화도 요구했다. 그는 "이 정부 들어 부처마다 법무담당관을 법무규제개혁담당관으로 바꿨지만, 내용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며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지시해도 조그만 규제관련 조직만으로 체질을 바꿀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규제개혁을 위한 연구에 충실하는 동시에 규제개혁을 위한 시스템 도입을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몸소 깨닫도록 하기 위해 부처별로 규제영향분석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몸소 느끼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무총리실 산하의 법제처와 규제개혁위원회를 미국처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두 조직의 기능이 법제심사와 규제심사에 있는데 이를 분리할 필요가 없고, 특히 법제처는 국민이 불편한 법령개정을 각 부처에 넘기고 법제심사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효율적인 정부가 필요하다. 규제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규제를 만들자는 것이다"며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규제개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려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대담=오성철 정경부장
정리=조영주 기자
사진=이재문 기자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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