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오픈AI 담자…지수 편입 문턱 낮추는 월가
스페이스X와 오픈AI, 앤스로픽 등 초대형 비상장 기업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요 지수 사업자들이 흑자 요건이나 대기기간 등 편입 규칙 손질에 나서고 있다. 해당 기업들이 상장 후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지수에 더 빨리 반영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대형 IPO에만 예외를 두는 방식이 지수의 중립성을 흔들고 투자자들을 고평가·저유동성 종목에 자동 노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S&P는 최근 IPO를 추진하는 초대형 기업들이 S&P500 등 주요 지수에 더 빨리 편입될 수 있도록 규정 개정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이번 규정 변경안은 기업이 지수 편입 자격을 얻기 위해 상장사로 거래돼야 하는 기간을 현행 최소 12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대형 기업에 대해서는 수익성 및 유동성 요건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의견수렴은 이달 28일까지 진행된다. 변경안이 확정되면 다음달 8일 시장 개장 전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는 6월말로 예상되는 스페이스X의 IPO와 오픈AI·앤스로픽의 잠재적 상장에 앞선 일정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해당 변경안이 승인될 경우 스페이스X를 비롯해 향후 상장하는 오픈AI와 앤스로픽이 S&P500에 더 빨리 편입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나스닥도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대형주를 나스닥100 지수에 신속히 편입할 수 있도록 규칙을 변경했다. 새 규칙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상위 40위권에 드는 IPO 종목은 상장 후 7거래일째 평가를 거쳐 통상 15거래일 후 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 기존에는 일반적으로 상장 후 최소 3개월의 거래 기간이 필요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런 조치가 스페이스X와 오픈AI 등 인기 기업을 지수에 빨리 담기 위해 기존 원칙을 완화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수 사업자들은 초대형 IPO를 적시에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인기 종목'을 지수에 더 빨리 담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또한 S&P가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위 안에 들 정도의 대형 IPO 기업에는 흑자 요건을 면제하려 하면서도 다른 기업에는 같은 요건을 유지하려 한다며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흑자 요건과 상장 후 대기기간은 적자 기업이나 가격 변동성이 큰 신규 상장사가 충분한 검증 없이 지수에 편입되는 것을 막는 장치로 여겨져 왔다. 이런 기준을 초대형 기업이라는 이유로 완화할 경우 지수 편입이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충분한 검증보다 앞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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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수에 편입되는 순간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자금이 유입되는 만큼, 가격 발견이 충분히 이뤄지기 전에 주가를 밀어 올리는 수급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블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조지 노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경제매체 키플링거에 나스닥의 규정 변경에 대해 "주요 지수에서 본 가장 노골적인 구조적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덱싱의 장점은 액티브 운용자들이 수행하는 가격 발견에 무임승차할 수 있다는 데 있었다"며 "이제는 지수 자체가 시장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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