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위법 체포 중 소변검사…'가짜 소변' 냈어도 처벌 못 해"
경찰, 마약 수색중 일행에 수갑채워 소변 요구
1·2심 "적법한 직무집행 방해" 유죄
대법 "강제수사 위법, 긴급체포도 무효"
경찰의 마약 검사 요구에 다른 사람의 소변을 자신의 것인 양 속여 제출했더라도, 경찰의 체포 과정 자체가 위법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무집행방해죄는 경찰의 직무 집행이 '적법'할 때만 성립한다는 취지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마용주 대법관)은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자영업자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4년 6월 지인 B씨와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호텔에 투숙했다. 당일 자정쯤 마약 배달책이 객실에 필로폰 5.76g을 두고 갔고, B씨는 이 중 일부를 투약한 뒤 나머지를 가방에 챙겼다. 이후 배달책을 쫓던 경찰은 이들을 찾아내 필로폰을 소지한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객실에 함께 있던 A씨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는 등 수상한 모습을 보이자, 경찰은 A씨의 양팔을 붙잡고 수갑을 채운 뒤 신체를 수색하며 소변검사를 요구했다. A씨가 이를 거부하자 경찰은 마약 범행 방조 혐의로 그를 긴급체포했다. 이후 유치장에 수감된 A씨는 경찰의 거듭된 채뇨 요구에 다른 수감자의 소변을 몰래 제출해 음성 판정을 받고 풀려났다. 검찰은 A씨가 '가짜 소변'으로 경찰을 속였다며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2심은 경찰의 채뇨 요구가 적법한 직무집행이라며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경찰의 수사 과정이 위법했다며 하급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현행범을 호송한 뒤, 상당 시간 동안 A씨의 양손에 수갑을 채워 신체를 수색하고 소변검사를 계속 요구한 행위는 사실상의 강제수사로 위법한 체포와 수색에 해당한다"며 "이에 뒤따른 긴급체포 역시 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비중국 수혜·스페이스X 호재로 257% 오른 이 종목...
이어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루어진 소변검사 요구 역시 위법하다"며 "경찰의 채뇨 요구가 위법한 이상, A씨가 위계로 공무집행을 방해했더라도 해당 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