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만 '인사명령'일 뿐 실질은 징계
단협상 근거 규정 없으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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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정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명시되지 않은 방식의 징계처분을 내리는 것은 징계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조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진현섭)는 근로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징계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 2월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주식회사 B에 입사해 생산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노동조합 분회 사무장으로 활동하던 A씨는 2024년 5월 회사로부터 정직 1개월 및 사무직에서 현장생산직으로 보직변경 징계처분을 받았다. 당시 회사가 내세운 징계 사유는 ▲생산계획 및 실적 보고서의 문서 조작 및 허위 보고 ▲회사 생산 및 납품 계획 자료 등을 외부로 유출한 행위 ▲승인 없이 임의로 약 121만원 상당의 동복 구매 발주 ▲잔디 정리 작업 지시 및 시말서 제출 거부 등 총 네 가지였다. A씨는 이에 불복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보직변경으로 인해 기존에 고정적으로 받던 시간외 근무수당을 받지 못하게 된 점이 실질적인 감봉 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회사가 정직 1개월이라는 본래의 처분에 규정에도 없는 보직변경을 추가로 부과한 것은 이중징계이자 재량권 일탈·남용이며,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회사가 과거부터 노조 활동을 탄압해왔으며, 이번 징계는 정리해고 후 복직한 노조 간부인 자신에 대한 보복적 조치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보직변경을 실질적인 징계처분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인 만큼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명시되지 않은 종류의 징계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회사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는 경고, 견책, 감봉, 정직, 해고 등만이 징계 종류로 규정돼 있을 뿐 보직변경은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이를 징계처분에 포함한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회사가 주장한 4가지 징계 사유 중 자료 유출과 임의 발주 등 두 가지만 정당한 사유로 인정했다. 그러나 "위법한 보직변경이 포함된 데다 당초 내세운 사유 중 일부만 인정되는 상황인 만큼, 회사가 다시 징계양정을 하더라도 동일하게 정직 1개월을 처분했을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며 징계 처분 전부를 취소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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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A씨가 주장한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대해서는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려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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