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지원 대신 시간 채우기 급급
공익활동 정보는 '비공개'
공익활동을 의무화한 변호사법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공익법률지원 활동인 '프로보노'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다수의 변호사와 로펌들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공익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지만, 정작 공익의무의 본질인 법률지원은 형식적인 시간 채우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공익활동 심사지침'에 따르면, 네이버 지식iN에 답변 1건을 남기면 1시간의 공익활동으로 인정된다. 총회 참석이나 설문조사 응답, 바자회 책 5권 기부, 사내 상담 등도 공익활동으로 인정된다. 공익단체에 3만 원을 기부할 때마다 1시간씩 채울 수 있다.
변호사법 제27조는 모든 변호사가 연간 일정 시간 이상 공익활동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항). 서울변회를 비롯한 각 지방변호사회는 이를 연 20~30시간으로 정하고 있으나, 활동 범위와 기준은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가 정하게 되어 있다(제3항).
그러나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의 경우 공익 전담 변호사가 수행한 시간을 일정 부분 이전받을 수 있어 실질적인 참여와 무관하게 시간 충족이 가능하다. 2015년부터는 전담 변호사 1인당 배분 한도는 연 200시간으로 조정됐다.
문제는 각 변호사가 어떤 활동을 공익활동으로 신고했는지, 그중 실제 프로보노 활동이 얼마나 되는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지방변호사회는 변호사 1인당 평균 공익활동 시간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 변협 역시 이를 비공개 정보로 취급한다.
일부 대형 로펌은 매년 공익활동 보고서를 자체 발간한다. 하지만 프로보노보다는 겨울철 김치 담그기, 벽화 그리기 등 일반적인 봉사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A 대형 로펌의 2024년 공익활동 총시간은 1만3480시간이었는데, 이 가운데 4745시간이 비법률적 봉사활동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공익사건 한 건만 맡아도 20시간은 금방 넘긴다"며 "변호사들이 프로보노 활동을 귀찮고 불편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익활동이 다양한 분야에 필요한 건 맞지만 관련 규정을 보면 과연 공익활동에 해당하는지 의문인 것들도 있다"고 했다.
미국변호사협회(ABA)는 연 50시간 이상 프로보노 활동을 권고한다. 로펌 내 공익 전담 변호사의 중개나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 개별 변호사가 공익단체 또는 취약계층 대상의 무료·저비용 법률지원만을 공익활동으로 인정하고 있다. 활동 내용은 개별 변호사가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협회에 직접 보고하는 구조다.
호주의 APBC (Australian Pro Bono Centre) 역시 정부 주도하에 설립된 중개 기관으로, 로펌과 시민단체 간 매칭을 지원하며 실질적으로 프로보노를 확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에 법조 일각에서는 공익활동 이행이 미진하거나 이행하지 않았을 때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보다는 '서약제'를 운영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지난 7월 18일 열린 '로펌 프로보노 확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희숙(45·사법연수원 37기)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해외는 개별 변호사의 참여 시간과 활동 내역을 자율 설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한다"며 "이 기준이 로펌 내부 평가와 인사, 사건 수임에도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서약을 통해 참여 의지를 밝히고, 실천을 약속하는 방식이 오히려 강제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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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동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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