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폴리스 모욕 논란
아디다스 드론쇼서 '운동화가 밟는 듯' 연출
그리스 검찰 수사 착수, 아디다스는 반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그리스에서 문화유산을 모욕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17일(현지시간)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 발칸 반도 전문매체 발칸인사이트 등 외신은 그리스 당국이 아디다스가 고대 유물 보호법을 위반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이는 아디다스는 지난 15일 저녁 아테네 중심부의 자페이온 홀 상공에서 진행한 드론쇼가 발단이다.
촬영 각도와 원근법으로 인해 드론이 형상화한 아디다스 운동화가 그리스 관광의 상징인 아크로폴리스를 바로 위에서 밟은 듯한 형상을 연출된 것이 문제였다.
리나 멘도니 문화부 장관은 전날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마치 아디다스 운동화가 아크로폴리스를 걷어차는 것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
파르테논 신전, 디오니소스 극장 등 고대 그리스 유적이 모여 있는 언덕인 아크로폴리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적인 명소다.
이에 그리스 현지에서는 "문화유산을 모욕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주요 야당인 파속 변화운동(PASOK-KINAL)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제도적 경계와 존중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워주는 씁쓸한 사례"라고 논평했다.
제1야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우리 문화유산의 핵심을 모욕적으로 상업화한 것"이라며 "몇 주 전 문화부가 영화 촬영을 불허했을 당시의 기준은 어디로 갔느냐"고 꼬집었다.
앞서 그리스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신작 '부고니아'의 아크로폴리스 촬영 허가 요청이 그리스 고대 유물 보존에 관한 최고 자문기관인 중앙고고학위원회(KAS)에서 만장일치로 거부된 바 있다. 부고니아는 2003년 개봉한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아테네 검찰청은 전날 아디다스 드론쇼에 대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문화부도 아디다스가 고대 유물 보호법을 위반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멘도니 장관은 "이번 드론쇼는 아크로폴리스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한 것이며, 문화부의 사전 승인 없이 진행된 불법 행위"라면서 "책임자 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디다스 측은 "모든 필요한 허가를 받았으며, 행사는 자페이온 홀 부지 내에서만 진행됐고 아크로폴리스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드론 행사팀은 자페이온 홀 인근 상공 200㎡ 사용을 위해 380유로(약 60만원)를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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