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엑스포 한국관 외벽에 설치
LG전자 등 韓기업들 합작
"높은 디스플레이 기술력 알린 기회"
'2025 오사카·간사이 세계엑스포(만국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13일 유메시마 엑스포장. 그 입구를 지나 북동쪽 방향으로 걸으면 우리 산업과 문화를 홍보하는 '한국관'이 나온다. 한국관 건물의 외벽 한쪽 면에는 대형 LED 화면으로 가득 채운 '미디어 파사드'가 있다. 크기는 가로 27m X 세로 10m, 3888 X 1440픽셀이다. 그 스케일은 건물을 처음 접하고 들어가 보려는 관람객들을 초장부터 압도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대한민국 도시의 모습을 여러 형태로 표현해낸 화면 속 영상들은, 그 수려함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훔치는 데 부족함이 없다. 'KOREA' 또는 '대한민국'이란 거대한 문구가 도시의 패턴을 담아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은 전율마저 일으킨다.

'2025 오사카·간사이 세계엑스포(만국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유메시마 엑스포장 내 한국관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 미디어 파사드에 하회마을 등 영상이 나오자 외국 기자가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한국관에 조성된 미디어 파사드는 오사카엑스포를 찾은 관람객, 전문가들 사이에서 '화제작'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장에선 "한국관의 얼굴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미디어 파사드에 힘입은 한국관은 엑스포가 개막한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총 32만3065명이 방문했다. 이는 엑스포 전체 관람객 중 약 13.4%에 해당된다. 미디어 파사드를 만들어 설치한 국가관은 우리나라와 미국, 둘 뿐인데, 화질은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눈에 띌 정도로 훨씬 더 선명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한국관의 미디어 파사드는 우리 기업들이 합작해서 만들었다. LG전자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로부터 의뢰를 받아 디스플레이 화면들을 결합한 외형을 만들고 '베이직테크'가 설치했다. 화면에 나오는 영상물은 '이지위드(EASYWITH)'가 맡아서 제작했다. 이지위드는 자사가 자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로 영상을 만들었다고도 해 눈길을 끌었다. AI 모델에 우리나라의 도시화, 산업화, 기술 발전을 학습토록 한 뒤에 이를 시퀀스 기반 영상으로 다시 구성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AI는 우리나라와 관련된 수많은 이미지를 조합하고 개념들을 해석해 미래 도시의 비전을 스스로 설계하고 연출해냈다. 이후 대형 화면을 설치하는 작업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돼 약 5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전자업계의 관계자는 한국관의 미디어 파사드가 "우리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며 의미를 부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미디어 파사드를 통상 기업간거래(B2B) 형태로 많이 이뤄지는 LED 사이니지(옥외 전광판) 사업 중 하나로 분류한다. 그중에서도 미디어 파사드는 거대한 화면에서도 세밀하고 견고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통해 선명한 화질을 구현해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이니지보다 더욱 기술이 결합된 '완전체'로 불린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오사카엑스포가 이를 제대로 입증한 무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미디어 파사드 등 사이니지 시장을 지속적으로 겨냥하며 관련 기술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25'에서 혁신 제품들을 대거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초대형인 115형 4K 스마트 사이니지를, LG전자는 태양에 장시간 노출돼도 변색을 최소화하는 '안티 디스컬러레이션' 기술을 적용한 고휘도 사이니지 등을 공개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올해 276억6000만달러(약 39조원)로 추정되는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414억1000만달러(약 58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사카(일본)=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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