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이 추진 중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참여 여부를 놓고 신중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대내외 정황을 고려할 때 사실상 사업 참여는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정부 안팎에서 감지된다. 따라서 대만과 일본 등 비슷한 처지인 이웃 국가들의 사업 참여 규모와 속도를 고려해 우리 정부가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8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대만과 일본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 사업에 참여할지 주시하고 있으며 주변국들의 동향을 참고해가며, 한국에 가장 적절한 참여 방식과 시점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국가가 어떤 방식과 조건으로 참여하는지를 보고 참여 범위와 속도를 정하겠다는 얘기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 알래스카 북부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약 1300㎞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부 해안으로 운반하고, 이를 액화해 아시아 지역에 수출하는 대형 에너지 인프라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약 440억달러(약 59조원)로 추산된다. 미국은 이 사업을 통해 자국 에너지 수출을 확대하고,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막대한 투자 비용과 사업의 장기성 때문이다. LNG 개발, 운송, 액화, 수출까지 아우르는 이 프로젝트는 최소 수십 년에 걸친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와 수익성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민간 기업이 참여할 경우 사업 타당성과 수익성 확보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시그널을 보내는 데 있어 섣부른 결정보다는 대외 환경과 시장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대만은 이미 한발 앞서 움직였다. 대만 국영 석유기업인 대만중유공사(CPC)는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와 LNG 구매 및 투자에 대한 의향서(LOI)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만이 알래스카산 LNG 수입뿐 아니라 인프라 투자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현재까지 해당 LOI의 구체적인 조건이나 투자 규모 등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도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 차원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지만, 지난 2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방미해 에너지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 역시 미국의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대해 신중한 검토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대내외 정황을 감안할 때 한국의 참여는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정치·외교적 압박부터 에너지 안보, 통상 전략까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우리 정부의 선택지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도 참여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동맹국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한국은 사업에 빠질 경우 외교적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추가 관세는 물론, 향후 자동차·반도체·배터리 등 한국 주력 산업에 대한 관세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 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사업 참여가 불가피하다면, 어떤 방식이 한국에 가장 유리할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대만과 일본의 상황을 주시하는 것도 이러한 판단을 위한 기준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직접 뛰어들지 않더라도 정치적, 외교적, 산업적 측면에서 이 사업을 외면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이왕이면 전략적 초기 참여를 통해 주도권 일부라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