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규정 어려운 직종 많아
글로벌 환경에 맞는 규제혁신 필요
유연한 접근으로 국가 경쟁력 높여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특정 산업 연구 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하면 예외로 몰아서 일하는 게 왜 안 되느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며 총 노동시간 내에서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수용하는 것처럼 말했다 철회하며 갑론을박이다. 애초에 주 52시간제를 일방적 획일적으로 국가가 정한 것이 문제였다. 이로 인해 일반 국민의 경제 활동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일하는 시간이 제일 길어 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 시간을 줄이는 결단을 하였을 것이나 단순히 시간을 줄여서 될 일이 아니었다. 우선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니 시간을 늘려 일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일하는 동안에 밀도 있게 일하는 게 아니라 불필요하게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문화가 팽배해 있었다. 또 연장근로 수당 같은 보수제도의 탓도 있다.
어찌 되었든 주52시간제가 시행됨으로 우리 사회에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최저임금 인상과 연계되며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인건비 상승과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결과 로봇을 포함한 각종 자동화,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 일하고 싶어도 연장근무를 할 수 없는 노동자들은 추가 수입을 위해 택배, 대리운전 등 제2, 제3의 근로에 내 몰리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직종별 차등 적용을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 일들이 많은데 획일적으로 규정하려 한다니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노동단체에서 주장하고 있는 일은 전통적으로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쉽게 근무시간을 정할 수 있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으나 그렇더라도 노동자가 젊을 때 추가 업무로 돈을 더 모아 경제적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길을 막는 건 일 할 권리를 뺏는 것이다.
판매직이 아니라 외부 영업직처럼 목표를 좇아 시도 때도 없이 일하는 경우는 근무시간을 특정할 수 없다. 법원에서도 영업을 위한 회식이나 골프 같은 활동 중의 사고도 근무 중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에서 논하는 것처럼 연구직에 있는 사람들은 애초에 하는 연구를 시간으로 규정할 수 없다. 경쟁력 있는 연구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밤낮없이 연구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 특성인데 정해진 시간에만 하라는 것이 애초에 말이 안 된다. 논문을 쓰고 있는 학자들한테 주 52시간만 연구하라 하면 되겠는가.
영화, 음악, 공연, 웹, 디자인 등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분야 역시 시간으로 규정할 수 없다. 온종일 앉아 있어도 좋은 결과를 못 얻을 수 있고, 또 짧은 시간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트레이딩같이 실제 트레이딩 시간뿐 아니라 사전에 연구에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업무도 있다. 어디까지가 노동에서 말하는 일인지 구분하기도 애매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하는 시간을 국가가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일의 특성에 따라 노사가 보수 체계와 연동하여 복무규약(rule of engagement)으로 자율적으로 정하게 해야 한다. 국가는 근로자가 불합리하게 권리를 침해받거나 차별받거나 강요받는 등 불법 노동에 대해서만 개입해야 한다. 노동도 시장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글로벌 환경에서는 전세계에서 행해지고 있는 모든 일을 세세하게 분류해 기술하고 있으며 시장(지역, 국가별)마다 그 일들의 가격이 조사되어 있다. 결국 노사 간의 선택에 의해 합의되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노동 분야가 글로벌 환경에 맞게 혁신되어야 한다. 그 출발은 일에 대해 더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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