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판매물량 70% 현지 생산
GM과 EV상용차 협력 전망
국내 자동차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우려에 자동차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2일쯤 수입차 관세를 내놓겠다고 예고했지만, 부과 대상이나 방식이 정해지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현지 생산 체제를 확대하는 한편, 미국 현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4월2일쯤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한 구체적인 시점이 나오면서 남은 기간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액은 707억8900만달러(약 102조1980억원)로, 이 중 대미 수출액은 347억4400만달러(약 50조1599억원)로 49.1%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16년부터 무관세로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면 곧바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지만, 아직 모든 수입차에 일률 세율을 적용할 것인지, 상대국별로 관세를 차등 부과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그룹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10월 가동한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연 30만대에서 50만대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앨라배마 공장(연 36만대)과 기아 조지아 공장(연 34만대) 물량을 더하면 미국에서 12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지난해 미국 내 현대차그룹 총 판매량 170만대의 70%에 해당하는 물량을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는 HMGMA의 가동률을 빨리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면서 하이브리드 등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차종을 중심으로 생산 설비를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또 트럼프 정부와 직접적 소통을 강화하며 관세 장벽 극복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골프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관세에 대해 직접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은 적지만, 향후 미국과 협상에서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큰 미국의 무역 정책 방향 및 지속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 중"이라며 "다양한 사업 전략을 내부적으로 수립 중이며 한미 관세 협상에 대비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도 협의 채널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자동차 업체와 협력도 강화한다. 현대차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아이템 공동구매 및 EV 상용차 생산 협력으로 비용 절감과 효율성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GM은 한국사업장을 통해 한국 공장에서 뷰익 엔코어 GX 및 뷰익 엔비스타 크로스오버,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을 생산, 지난해 40만7000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양사가 동일한 차량을 서로 다른 브랜드로 출시하는 '리뱃징' 협력에 대한 가능성도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관세 조치로 인해 자동차 산업의 피해 규모는 최대 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 보편관세 부과에 수출 타격은 최대 5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KB증권은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는 1조9000억원, 기아는 2조4000억원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관세가 미국 자동차 회사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실제 부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럼프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강하게 만들고 미국의 자동차 생산을 늘리겠다고 말해왔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큰 비용과 많은 혼란"이라고 비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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