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추가 금리 인하 서두를 이유 없다"
美, 다음 달 철강 관세 인상에도 비교적 차분
12일 CPI 주목…소매판매는 14일 발표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11일(현지시간) 보합권에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 발표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25% 부과 정책에도 차분한 반응을 유지하며 이날 오전 신중한 금리 인하 기조를 재확인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을 소화했다. 시장이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다음 날부터 잇달아 공개될 1월 인플레이션과 소매판매 지표가 향후 증시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3.24포인트(0.28%) 상승한 4만4593.65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06포인트(0.03%) 오른 6068.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70.41포인트(0.36%) 내린 1만9643.86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이날 통화정책 반기 보고를 위해 미 의회 상원에 출석한 파월 의장의 발언에 집중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경제에서 상당히 좋은 위치에 있고 인플레이션에 더 많은 진전을 이루길 원한다"며 "우리의 정책 금리는 좋은 위치에 있어 추가 금리 인하를 위해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신중한 통화완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앞서 Fed 지난해 9월 통화완화 사이클을 시작해 연 최고 5.25~5.5%였던 금리를 3연속 인하, 4.25~4.5%까지 낮춘 뒤 지난달 금리를 처음 동결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평가에 대한 질문에는 "관세 정책을 만들거나 논평하는 건 Fed의 일이 아니다"며 답변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Fed 위원을 해임할 가능성에 대한 질의엔 "법적으로 분명히 허용되지 않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파월 의장의 이날 의회 출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2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전날 서명했다. 예외나 면제도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철강 제품에 25% 관세,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했는데 당시 한국을 포함해 일부 예외를 인정받았던 국가들은 다음 달 12일부터 관세폭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는 반도체·자동차·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할 뜻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4주 동안 아마도 매주 (관세 관련) 회의를 할 것"이라
며 "앞으로 몇 주간 철강, 알루미늄뿐 아니라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에 대해 들여다보고 그 외 다른 두어 개 품목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각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동일한 세율을 상대국 제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 부과 계획도 재확인했다. 유럽연합(EU)은 보복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투자자들은 다음 날부터 공개될 주요 경제 지표를 대기하고 있다.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2일,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3일 공개된다. 지난달 CPI는 전년 대비 2.9%, PPI는 전월 대비 0.2% 올라 직전월 상승률을 유지했을 전망이다. 오는 14일 발표되는 1월 소매판매는 전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해 증가세가 멈췄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4% 증가했었다.
CFRA 리서치의 샘 스토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이 파월의 발언을 청취한 뒤 내일 CPI를 대기하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기업 실적이 증가하면 (주식) 가격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향후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골드만삭스의 크리스찬 뮐러 글리스만 자산 배분 리서치 헤드는 "자산 배분에서 가장 좋은 접근은 당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자산을 찾는 것"이라며 "관세가 매우 구체적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종목별로는 코카콜라가 지난해 4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발표로 4.73% 올랐다. 다음 달 12일 철강·알루미늄 관세 25% 부과 조치 발표로 US스틸은 1.45%, 알코아는 0.68% 상승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는 0.32% 내렸다. 이날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많은 비용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권 금리는 파월 의장이 신중한 금리 인하 방침을 재확인하며 상승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bp(1bp=0.01%포인트) 오른 4.53%,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2bp 상승한 4.29%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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