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지난해 11월19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군 골프장 이용 당시 경호 활동에 대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며 경찰과 대치 중인 대통령경호처 내부에서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경호처 내부망에 한 직원이 체포영장 집행 저지가 위법일 수 있다는 글을 올렸고 이로 인해 내부 동요가 일자,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글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경호처 내부망에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면 위법하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현 상황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며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에 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지난 7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언급한 '적법하게 절차에 따라 이뤄진 재판에 대해서는 일단 그것을 존중하고, 그에 대한 다툼은 절차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법치주의의 핵심'이란 발언을 인용했다고 한다. 그는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은 경호대상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해당 글은 내부망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삭제됐는데, 김 차장이 직접 이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은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지난 10일 사직하면서 현재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경찰 출신인 박 전 처장과 달리 경호처 출신으로 강경파로 분류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시 경호처를 이끌며 방어전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경호처 내 '김건희 김용현 라인'의 우두머리 격인 김성훈 차장이 (내부망 글을) 강제로 삭제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며 "즉 글을 올린 이의 의사와 무관한 강제 삭제당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경호차장은 왜 경호처 내의 다수 건강한 목소리를 외면하고 묵살하고 있는지 답하길 바란다"고 했다.
공수처와 경찰은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인력, 장비 등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 중이다. 준비가 마무리되면 이번 주중 집행을 시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는 여전히 윤 대통령 경호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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