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원격 의료 낙태약 주문 폭증
일부 미국 여성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낙태약'을 비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최대의 낙태약 공급업체 중 하나인 '에이드 액세스' 자료를 인용, 해당 기업이 대선 이후 1일 평균 최대 1만건의 주문 요청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대선 이전 1일 평균 주문은 600건 안팎에 불과했다.
보통 낙태약은 임신한 여성들이 주문하지만, 이번에는 임신하지 않은 여성의 수요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일부 여성들이 낙태약 비축에 나섰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원격의료로 낙태약을 처방하는 미국 비영리단체인 '저스트 더 필(Just the Pill)'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에 걸쳐 총 125건의 주문을 받았고, 이 가운데 22건은 임신하지 않은 여성의 요청이었다고 밝혔다. 이 단체 관계자인 줄리 아마온은 매체에 "사전 비축 요청은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낙태약 구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랜 C' 방문자도 선거 이후로 급증했다. 선거 전에는 일일 방문자 수가 약 4000명에 불과했지만, 선거 이후엔 8만2200명으로 20배 이상 폭증했다. 그런가 하면 정관 수술, 자궁 내 장치(IUD) 삽입 등 피임 수술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새롭게 구성된 미 연방 대법원은 2022년 6월 '돕스 대 잭슨 여성 보건기구' 판결로 임신 여성의 헌법상 낙태권을 폭넓게 인정한 과거 판결(1973년 로 대 웨이드)을 무효화했다. 이에 따라 낙태를 금지하는 법률은 미국 헌법상 합헌이라는 결론이 났다.
일부 여성들은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미국에서 낙태 금지 움직임이 더욱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브리트니 폰테노 전국 낙태연맹 회장은 매체에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조처를 할지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일부 여성들은) 낙태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해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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