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된 아이폰 16프로 (128GB)의 국내 가격은 155만원부터 시작한다. 155만원에 아이폰을 사려면 열흘 정도 아무것도 안 쓰면 된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피코디’가 발표한 ‘아이폰 지수 2024’에 따르면 한국은 9.7일을 일하면 아이폰을 살 수 있다. 전 세계에서 17번째로 짧다. 스위스는 4일만 일하면 된다. 미국(5.1일), 호주·싱가포르(5.7일) 등이 5일 이내였고 유럽 주요국들이 우리나라처럼 10일 이내였다.
◆999달러 아이폰16프로, 한국 9.7일 vs 튀르키예 73일
피코디는 각국 통계청이 공개한 월급을 한 달 평균 근무일수인 21일, 주급은 5일로 나눠 아이폰 지수를 산출했다. 그렇다면 가장 많은 날을 일해야 하는 나라는 어딜까. 튀르키예는 무려 72.9일을 일해야 아이폰 1대를 손에 쥘 수 있다. 지난해는 123.7일이었는데 다행히 반토막이 났다. 튀르키예에 이어 필리핀(68.8일), 브라질(68.6일), 베트남(53.1일) 인도(47.6일), 태국(42.3일), 멕시코(40.1일), 칠레(34.1일) 등도 한두 달 이상을 일해야 한다.
한국인 입장에서 아이폰 지수 대신 갤럭시 지수가 있다면 좋았겠지만 과거 애니콜 지수는 있었다. 애니콜지수는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2005년 삼성전자의 애니콜 휴대전화 단말기(SGH-E800) 판매가격을 아시아·태평양 11개국 주요 도시의 물가수준과 구매력 등을 비교하는 지수로 사용하면서 처음으로 등장하게 됐다.
◆빅맥 지수 스위스 9달러 vs 대만 2.5달러
동일한 제품에 대해 각국의 통화가치와 구매력 등을 비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제품명 또는 브랜드명 지수다. 대표적인 게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세계 각국 도시 물가와 통화 가치를 비교해 발표하는 ‘빅맥 지수’다.
2024년 7월(미국 달러 기준) 기준 빅맥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스위스다. 빅맥 하나 가격이 8.07달러다. 2위는 우루과이(7.07달러), 3위는 노르웨이(6.77달러), 4위 아르헨티나(6.55달러), 5위 유로존(6.06달러)이다. 우리나라는 3.99달러로 중간 정도. 미국(5.69달러)이 예상 외로 상위권이었고 중국(3.57달러), 일본(3.53달러)은 중하위권이다. 빅맥 지수가 가장 낮은 곳은 대만(2.46달러), 인도네시아(2.47달러), 이집트(2.75달러), 인도(2.85달러) 등이다.
빅맥 지수는 각국의 빅맥 햄버거 가격을 미국에서의 가격과 같게 만들어주는 환율을 의미하는데 빅맥 지수가 높은 나라는 환율이 고평가, 낮은 나라는 저평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빅맥 지수의 바통을 이어받은 게 이코노미스트가 만든 스타벅스 지수다. 대표적인 메뉴인 카페 라테(caffe latte) 톨사이즈(tall size, 355ml)의 각국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 지수 역시 한 국가에서 톨 라테의 미국 달러 가격이 비싸면 해당 통화는 과대평가된 것이고, 달러 가격이 싸면 과소평가된 것이라고 말한다.
◆대세된 ‘스벅 지수’, 스위스 7.17달러 톱 vs 튀르키예, 브라질 2달러도 안돼
2023년에 ‘세이빙스폿’에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벅 톨 라테(미국 3.26달러)는 스위스로 7.17달러에 판매된다. 덴마크(6.55달러), 프랑스(5.36달러), 영국(5.31달러), 핀란드(5.67달러) 등 유럽권이 비싸다. 반면 한국은 4.11달러로 중간 수준. 일본(3.57달러), 중국(4.23달러) 대만(4.86달러) 등도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같은 음료를 튀르키예(1.31달러), 브라질(1.96달러)은 매우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구매력을 고려하면 스타벅스 커피를 가장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카타르, 룩셈부르크, 벨기에,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이다. 반면 캄보디아, 인도, 베트남, 엘살바도르, 볼리비아, 모로코, 아제르바이잔, 필리핀, 인도네시아, 요르단 등은 스벅 커피 사 먹는데 부담을 많이 느끼는 나라들이다.
◆일본선 카레라이스 한 끼로 지수 만들어 ‘고공행진’
이들 지수와 달리 재미있는 지수도 있다. 일본에서 밥상물가를 상징하는 음식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카레라이스다. 카레라이스를 직접 조리해 먹으려면 우선 밥이 있어야 하고 카레 가루와 카레 재료 외에 전기나 가스, 물 등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이를 ‘카레라이스 물가’라고 한다. 최근 일본 언론들은 카레라이스 물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레라이스 물가(한 끼를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 전체)는 지난 7월 기준으로 342엔(약 3200원). 전년 동월(290엔) 대비 44엔 상승했고 2015년 이후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이후 12개월 연속 상승해 300엔대를 넘어섰다. 카레라이스에 필요한 쌀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일본의 데이고쿠(제국) 데이터뱅크가 자체적으로 만든 ‘카레라이스 물가지수’는 2020년 평균을 100으로 시작해 올 7월 124.8을 기록해 1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카레라이스 한 끼의 물가를 구성하는 내역을 보면 전체의 60%를 차지는 카레 재료(고기, 채소)가 전년 동월 대비 28엔 증가한 211엔. 수입 쇠고기 가격이 상승하고 감자 등의 가격도 오름세를 유지한 게 영향이 컸다. 쌀값도 올랐다. 한 끼 비용은 101엔으로 전년 동월(87엔) 대비 14엔 상승해 최근 10년래 최고를 기록했다. 카레 가루(24엔→25엔)와 수도광열비(4엔, 변화없음)는 큰 변동이 없었다. 8월에는 한 끼에 350엔(3300원)을 넘어서고 9월 이후에도 역대 최고를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추억의 지수들…김치찌개 지수, 애니콜 지수, 신라면 지수
우리나라의 대표적 한 끼는 뭘까. 과거 재외동포신문이 김치찌개 지수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매체가 2004년, 2007년, 2010년 세계한상대회, 세계한인경제인대회 참가자 중 주요 도시 대표 기업인들이 자주 찾은 한식당의 김치찌개 가격을 설문조사했다. 2010년 당시 서울의 김치찌개 가격을 6000원(기준점 100)으로 놓고 조사한 결과 미국이 지수 평균 175(9.4달러, 약 1만500원)로 나왔다. 일본 도쿄는 243(1052엔, 1만4600원), 중국은 78(28.12위안, 4700원)이었다. 유럽은 평균 340이었고 스위스 제네바가 600(30프랑, 3만6000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수를 기록했다.
한때 농심에서는 2009년 새해를 맞아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 1봉지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 비교한 ‘신라면 지수’를 발표했다. 농심이 세계 주요 10개국을 조사해 올해 처음 발표한 ‘신라면 지수’에 따르면, 신라면 1봉지 가격은 독일이 1.34달러로 가장 비쌌고, 중국이 0.44 달러로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신라면 1봉 가격이 0.89달러였고, 한국은 조사대상 10개국 중 8번째인 0.57 달러였다.
◆비비고 지수? K-치킨 지수 나올 날 있을까?
K-푸드로 지수가 만들어진다면 글로벌화가 진행 중인 치킨이나 비비고 지수는 어떨까. CJ제일제당은 최근 새로운 BI(Brand Identity)를 선보이면서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비고는 지난해 기준 7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소비층의 해외 비중은 50%를 넘어섰다. K-푸드 세계화 성공 사례가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의 교재(Case Studies)로 채택되기도 했다. 특히 비비고 만두는 2020년 단일 품목으로 글로벌 연 매출 1조원을 돌파, 2021년부터 미국 만두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비비고 돼지고기 교자만두 600g의 경우 유럽 쇼핑몰에서 7.99유로(1만2000원) 또는 7.30유로(1만원)에 팔린다. 비비고 미국 홈페이지에는 24oz(온스 680g)는 8.99달러(1만2000원)에 팔린다. 아직은 국내외에서 가격 차이가 크지 않지만 고급화, 글로벌화가 진행되다 보면 비비고 지수와 같은 것도 기대해볼 만하다. 또한 BBQ와 bhc, 교촌 등 치킨 프랜차이즈들도 해외에 매장을 확대하고 있어 치킨글로벌화가 이뤄지면 교촌 지수, BBQ 지수, bhc 지수처럼 K-치킨 지수도 나올 수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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