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공개 후 경제계 "현실성 떨어진다" 반발
회계기준원, 자시법 개정으로 의무화해야 주장
美 대선이 복병…대선 이후 로드맵 마련 본격화
정부가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 임원들과 '지속가능성(ESG) 공시제도'에 대해 간담회를 연다.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정부가 앞서 발표한 초안과 추진 시기 등에 대해 이행 당사자인 기업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에너지 기후 정책에 대대적인 변화를 몰고 올 미국 대선이 마무리되는 11월부터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마련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추석 연휴 이후 삼성, LG 등 국내 10대 그룹을 비롯한 대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담당 임원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개최한다. 김소영 부위원장이 주재하는 이번 간담회는 당초 11일에 열 계획이었으나 김 위원장의 일정 때문에 한 차례 미뤄졌다. 구체적인 간담회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금융위는 국내 ESG 공시기준을 올해까지 확정하고 의무화 시기는 주요국 일정 등을 고려해 2026년 이후로 발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ESG 공시는 국내 기업의 ESG 활동과 노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와 산업 지표 등의 공시를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기업 전망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에 대한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지난 4월 이 공시기준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이 공개된 후 경제계는 줄곧 초안의 손질과 신중한 제도 추진을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28일 초안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대폭 수정을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특히 경총은 주요 쟁점 중 하나인 공급망 내 모든 간접적 배출을 포함하는 '스코프3' 탄소배출량 공시는 로드맵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경제계는 ESG 공시가 규제가 더 강한 금감원 공시보다 한국거래소 공시 사항이길 바라고 있다.
반면 초안 작성을 맡았던 회계기준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한상 회계기준원장은 "조속히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하고, 이행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법적 부담 완충과 이행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회계기준원은 오히려 ESG 공시가 금감원 재무제표에 기재해야 하는 의무 공시 사항이 되면 법에 면책 규정과 유예기간을 둘 수 있다는 점에서 ESG 공시를 법적 공시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적 공시는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령에 의거한 의무 공시를 말한다. 재계가 스코프3 탄소배출량 공시 제외 등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회계기준원 관계자는 "8월31일까지 접수한 의견서 중 노르웨이국부펀드(NBIM), 네덜란드연기금(APG) 등 글로벌 투자기간 17곳이 의견을 보냈다"면서 "이들은 기업 수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시 수준을 완화하기 보다 외국인 자문기관인 ISS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경제계와 학계,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로드맵 방향성이 확정되는 시기는 미국 대선 이후가 될 전망이다. '기후악동'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한번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 전 세계적으로 반(反) ESG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애써 마련한 ESG 공시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선 전략들을 보면 전기자동차 의무화 포기, 화석 연료 규제 완화 등 유럽과 미국이 ESG를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대선 완료 후 미국의 에너지 기후정책 방향이 뚜렷해져야 금융당국 역시 이를 참고해 로드맵 방향성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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