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 2%로 둔화세 뚜렷
생활물가 여전히 높아 국민들 체감 어려워
구조적 요인 겹쳐 생활물가수준 타국에 비해 높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까지 내려오면서 2021년부터 3년째 이어져 온 고물가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우리 의식주와 연관이 깊은 생활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아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 개선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0%로 2021년 3월 기록한 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물가상승률 2.0%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에 부합하는 숫자로 지표만 놓고 보면 물가가 사실상 안정기조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이 실제 느끼는 체감물가와는 다소 괴리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는 일명 의식주물가인 생활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8월 신선식품 지수는 전년 대비 3.2% 올랐고, 농축수산물도 2.4%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배(120.3%), 사과(17.0%) 등 일부 품목은 여전히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우리 생활물가 수준이 타국에 비해 높아 국민들의 물가 부담이 크다는 진단도 있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류·신발, 식료품, 집세 등 의식주물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작년 기준으로 OECD 평균을 100이라고 보면 우리나라의 의식주 물가는 55%가량 높았다. 이는 우리 의식주 품목의 낮은 개방도와 높은 거래비용(유통비용) 등의 구조적인 요인들 때문이다.
한은은 최근 물가급등기에 식료품 등 필수 소비재의 가격이 여타 상품에 비해 더 크게 상승했는데 그 결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둔화하고 있음에도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종웅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높은 수준의 생활물가로 인해 대다수 경제주체가 느끼는 체감물가가 지표물가보다 더 높을 수 있다"며 "높은 생활물가는 특히 의식주 소비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가구,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국민들의 물가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경제주평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는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으나 내수 시장의 수요가 부진해 수출 경기와 내수 경기가 양극화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10월에는 기준금리를 낮춰 소비와 투자 등 내수를 살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금리로 인해 소비 및 투자 심리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하면서 실물 경기 활력이 미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내수 부문의 경기 안전판 역할을 확보하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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