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2200도 금속 혼합물 '테르밋' 투하
불 뿜는 용 닮아 '드래건 드론'으로 불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점령지를 불태우기 위해 공중에서 섭씨 2200도에 달하는 금속 물질을 투하하는 신무기 '드래건 드론'을 전장에 투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최근 우크라이나 국방부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을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영상 속에서 우크라이나군 드론은 러시아군이 주둔한 삼림 지역 위를 저공 비행하며 불꽃처럼 보이는 것을 떨어뜨렸다.
이 드론 무기는 입에서 불을 내뿜는 용을 닮았다고 '드래건 드론'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됐다. 드래건 드론이 투하한 것은 알루미늄과 산화철이 혼합된 특수 금속인 테르밋을 녹인 물질이다.
이 물질은 최고 2200도에서 불탈 수 있어 러시아군 병력에 직접 타격을 가할 수 있으며 러시아군을 숨겨주는 나무나 숲을 빠르게 불태우는 것도 가능하다. 우크라이나 60 기계화여단은 SNS에 올린 글에서 테르밋을 투하하는 드론이 "어떤 무기도 달성할 수 없는 정확도로 적의 위치를 불태우며 적군에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직 영국군 장교이자 군수 산업 전문가인 니콜라스 드러먼드는 CNN에 "적으로부터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 우크라이나군의 테르밋 드론 사용의 주된 효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방식으로 사용됐을 때 그 효과는 물리적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것"이라면서 "내가 알기로 현재 우크라이나는 테르밋을 전달할 수 있는 제한된 역량만을 보유하기 있으므로, 이것이 새로운 주 무기라기보다는 틈새 역량"이라고 덧붙였다.
테르밋은 1890년대 독일의 한 화학자가 발명한 것으로, 원래 기차 철로를 용접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은 1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은 비행선에서 테르밋을 담은 폭탄을 영궁 상공에 투하해 무기로 활용했다. 또 독일과 연합군 양쪽 모두 2차 세계대전에서 테르밋 공중 폭탄을 사용했으며, 노획한 포병대의 포를 무력화하는 데에도 테르밋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투에서 테르밋을 사용하는 것은 국제법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지만, 인체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민간 표적에 사용하는 것은 금지된다. 하지만 테르밋은 금속을 포함한 거의 모든 물질을 불태울 수 있기 때문에 이처럼 무기로 사용됐을 때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CNN은 지적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22년 보고서에서 테르밋과 같은 소이탄(불을 붙이기 위한 탄약의 종류)은 "끔찍한 인적 피해로 악명이 높다"라며 "인체에 사용됐을 때 4~5도 화상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근육, 인대, 힘줄, 신경, 혈관, 심지어 뼈까지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HRW는" 피해자들은 수개월에 걸친 치료를 받아야 하며, 살아남더라도 신체적, 심리적 상처가 남는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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