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W와 각사 회생안 별로 추진
추후 채권자 의견 모아 통합 예정
당장 돈 급한 피해자 혼란 가중
구영배 큐텐 대표가 밀어붙이는 티몬·위메프(티메프) 합병과 티메프 각사에서 마련하는 회생안이 결국 따로 추진된다. 가능성이 높은 계획에 힘을 모아도 피해 보상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별도의 자구 계획이 제각각 굴러가며 피해자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13일 아시아경제에 "각사의 회생안은 별로도 추진하고 나중에 채권자들의 의견을 모아 통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 대표가 티메프 합병을 위한 플랫폼으로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 신규 법인을 설립한 것과 별도로, 이날 첫 회생절차 협의회에서 논의되는 각사의 회생안은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구 대표는 "티메프 합병은 법원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먼저 신규 법인을 설립한 후 이 법인을 중심으로 양 사 합병을 위한 준비 작업과 사업 정상화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의 보유 지분을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서 100% 감자하고, 구 대표 본인의 큐텐 지분 38%를 합병 법인에 백지신탁 하는 계획이다. KCCW가 큐텐 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돼 아시아 시장, 미국·유럽 시장, 인도 시장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구 대표는 주장한다. 큐텐은 이를 위해 티메프 판매자를 대상으로 미정산대금의 CB(전환사채) 전환 의향서 접수를 시작했다.
이와 같은 구 대표의 계획은 티메프가 마련한 자구안과는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 법원의 승인을 얻어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에 들어간 양사가 마련해 법원에 제출한 자구안에는 구조조정 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상당수 채권자의 채무를 상환하고 3년 내 두 회사를 재매각하는 계획이 담겼다고 전해졌다.
큐텐의 동의 없이 자구안의 핵심인 M&A 등은 사실상 진행되기 어려운데 큐텐은 이와 배치되는 KCCW로의 합병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큐텐은 티몬 지분 100%, 큐텐코리아와 함께 위메프 지분 72.2%를 갖고 있다. 구 대표도 "티몬이나 위메프를 매각해서는 피해 복구가 어렵다"고 분리 매각안에 재를 뿌렸다.
하지만 티메프 합병은 '산 넘어 산'이라고 평가된다. 당장 돈이 급한 피해 판매자에게 미정산금 대신 KCCW 주식을 받으라고 설득해야 하는데 전체 채권자는 11만명에 달한다. 티메프 피해 셀러 비상대책위원회는 "수많은 채권자가 주주로 참여하면 향후 상당분의 지분 희석 피해를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피해자들이 구 대표의 계획에 참여하는 것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큐텐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바꿔야 하므로 기존 지분 보유자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법원이 티메프 양 사의 합병을 승인할지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미정산금 수령이 하루가 급한 판매자가 수만 명이고 채권단 협의체 구성부터 난항을 겪은 상황에서 구 대표는 합병이나 신설법인 주주참여 같은 말을 꺼내 혼란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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