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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에 녹아내린 배추…기후 재난에 속 타들어가는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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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 안팎 폭염 지속
재배면적 전년比 4.3%↓
농민 "국가 책임 강화해야"

"잎사귀가 전부 녹아내렸어요. 3분의 1이라도 건지면 다행이에요"

강원도 춘천시 서면에서 2000평 규모의 배추 농사를 짓는 김덕수씨(53)는 때 이른 6월 불볕더위에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이상고온에 배춧잎이 녹아내리면서 배추밭의 3분의 2가 출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망가져 버렸다.


김씨는 매년 평균 500평당 3000포기의 배추를 재배해 5t 트럭 1대에 가득 채워 도매시장으로 보냈다. 그러나 올해는 폭염으로 배추가 녹아내리면서 2000평 농사에도 트럭 1대를 채우지 못할 상황에 내몰렸다.

지난 22일 강원도 춘천시 서면의 한 배추밭에 잎사귀가 녹아내린 배추들이 심어져있다.[사진제공=김덕수씨]

지난 22일 강원도 춘천시 서면의 한 배추밭에 잎사귀가 녹아내린 배추들이 심어져있다.[사진제공=김덕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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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빠르게 시작된 폭염에 배추 작황 피해가 심화하면서 배추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피해에 배추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도 늘면서 기후 재난에 따른 근본적인 피해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가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춘천시도 지난 6월 19일을 기점으로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가 3일간 지속됐다. 지난해 같은 달 춘천시 최고 기온이 33.3도를 기록하며 평균 30도 안팎의 기온이 유지돼 온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폭염이 찾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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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농가가 입은 피해는 막심하다. 배추의 경우 작황에 따라 가격 폭이 크지만 운임비 등을 제외하면 5t 트럭 1대당 농가에 남는 마진은 약 200만~300만원 수준이다. 통상 김씨는 2000평의 농사로 4대 분량의 트럭을 배추로 채웠다. 그러나 올해는 트럭 1대를 채울 분량의 배추를 가까스로 건져내는 데 그쳤다. 김씨는 "한철 농사지어 고작 200만원 수익이 났다"며 "영농 자재비를 따지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오는 7월과 8월 사이에 출하를 앞둔 고랭지 배추 농가는 다가올 장마까지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폭염에 노출된 배추에 물이 닿을 경우 뿌리가 썩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에서 15만평에 고랭지 배추 농사를 짓는 정덕교씨(64)는 "지난해도 6월에 3일간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올라갔다가 며칠 뒤 비가 내려 배추의 30%가 썩어버렸다"며 "기상재해가 매년 반복되는데 피해는 농민들이 고스란히 짊어지니 누가 농사를 짓고 싶겠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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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피해는 농가의 배추의 재배면적지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전국 여름 배추 재배면적은 4999㏊로, 전년(5224㏊) 대비 4.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5363㏊를 기록했던 재배면적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농가는 향후 안정적인 배추 수급을 위해서는 기후 재난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재해 대책을 크게 피해 복구비를 지원하는 재해복구 지원책과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재해복구 지원책의 경우 피해 복구를 위한 보조 수단에 불과해,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메우려면 농민이 일정 부분 자비로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한 농민들의 자부담률은 평균 12.5%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작물재해보험은 품종과 지역에 따라 가입 제한이 있어 전국적으로 피해보상이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또 재해복구 지원으로는 생산비를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농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해 기후 재난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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