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고금리 장기화' 저축은행 M&A 큰 장 열릴까
수도권 저축銀, BIS 비율 양호해도 매물로
신속한 재구조화, 금융지주 역할론 재부상 가능성
"덩치 큰 것 터지면…규제완화 고려 안 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구조조정과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저축은행업권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추가 규제 완화 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당국이 금융권 내 유동성 위험 확산을 방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주요 금융지주의 역할론이 재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수도권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금융감독원 내부 관리 기준(10~11%)보다 높아도 M&A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 저축은행이 부실화되기 전에도 M&A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현재는 비수도권 저축은행 대주주가 수도권 저축은행을 M&A할 경우 인수 후 영업 구역이 2곳 이하여야 한다. 다만 부실화로 구조조정 대상이 된 수도권 저축은행이 인수 대상이라면 영업 구역 제한 규정에 예외를 둔다. 저축은행의 영업 구역은 수도권 2곳(서울, 인천·경기)과 비수도권 4곳(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제주, 대전·세종·충청) 등 6곳으로 나뉜다.
금감원은 자본적정성이 양호하더라도 향후 건전성이 악화할 여지가 있는 수도권 저축은행에 예외 조항을 확대 적용하는 방식을 거론하고 있다. BIS 비율이 부실 우려에 근접한 수도권 저축은행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BIS 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에 근접한 수도권 저축은행인 페퍼(11%)·JT(11.4%)·OSB저축은행(11.6%) 등이 규제 완화 대상으로 꼽힌다.
저축은행 M&A는 금융지주 계열사 위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든든한 뒷배로 있는 저축은행이 된다면 부동산 PF 등 리스크 높은 대출 대신, 서민금융 비중을 높이고 박리다매식으로 이익을 낼 것”이라며 “금융지주 입장에서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기회다. 당장 성과가 필요한 금융지주라면 수도권 대형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가계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는 곳은 대체로 자금력 있는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이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한저축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77.2%로 집계됐고, KB저축은행은 전체 여신 잔액 중 74.5%가 가계대출이었다. 이와 달리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평균 가계대출 비중은 38%에 그쳤다. 업계 1·2위인 SBI·OK저축은행의 가계대출 비중도 각각 52.9%와 46.8% 수준이었다.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낸 건 저축은행 업계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PF 부실에 연체율이 치솟았고, 이에 대비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며 실적도 악화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 업계는 총 1543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연체율은 8.8%를 기록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의 여파가 이어지던 2015년 말 연체율(9.2%)에 근접한 값이다.
그런데도 저축은행 M&A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 대주주변경·합병 등 인가기준’ 개정안으로 한 차례 M&A 규제를 완화했지만 현재까지 성사된 M&A는 0건이다. M&A 혜택이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맞춰져 있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도권 저축은행은 BIS 비율이 7% 미만으로 떨어져 적기시정조치 대상일 때만 규제 완화 적용이 가능하다.
저축은행 업계는 규제 완화를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수월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지주는 내부통제나 리스크 관리에 비교적 역량이 있기 때문에 사모펀드·외국계보다 금융지주가 대주주로 있는 방식이 좋을 것”이라며 “오너십이 안정적인 데다 중장기적 경영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M&A로 외형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2010년대 초중반 저축은행 M&A를 경험했는데, 서로 다른 조직의 구성원이 섞이는 과정이 시너지는커녕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규제 완화에 따른 저축은행 대형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이 2002년 골드저축은행, 2005년 한마음저축은행, 2006년 나라저축은행, 2007년 한진저축은행 등 부산·경기·호남 지역 저축은행을 잇달아 인수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지만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맞으며 2013년 결국 파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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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열린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조그만 것(저축은행) 하나 터지는 상황과 덩치가 큰 것이 터지는 상황은 영향력이 다르다. 이런 관점에서 저축은행 M&A를 보고 있다”며 “필요하면 (규제 완화를) 검토해 볼 수 있지만 지금 단계에선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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