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단통법, 폐지해야" 이구동성…업계는 "인프라 투자효과"
'단통법 폐지' 놓고 전문가·업계 의견 갈려
전문가 "이통사 경쟁·소비자 후생 약화"
이통3사 "보조금 과열 경쟁 또 반복돼"
이동통신 업계와 전문가들이 단통법을 바라보는 시선은 확연히 달랐다. 전문가들은 10년 동안 단통법을 시행한 결과, 통신비 인하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정책 실패'로 판단했다. 통신 업계는 이용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로 단통법을 폐지한다면 업체 간 비정상적인 과열 경쟁이 또다시 재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수·전문가 5인 '폐지' 한목소리
아시아경제가 전문가 5인에게 단통법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전원 '폐지'에 손을 들어줬다. 소비자가 체감할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했고, 이통사 간 요금제·품질 경쟁마저 사라졌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단통법은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단말기 가격을 인하시키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지만 달성하지 못했고, 이통사 서비스를 결합한 이면계약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비자가 체감할 효과를 나타냈다면 법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의 단통법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조금에 돈을 쓰지 않고 요금제나 품질경쟁을 하자는 게 단통법의 본래 취지였는데 요금제·품질 측면에서 이통3사의 차이는 거의 없다"며 "시행 초기보다 이동통신 환경도 많이 변했고, 경쟁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차원에서 보면 폐지가 맞다"고 전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단통법은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라며 "정부가 법으로 단말기 할인 경쟁을 하지 말라, 가격을 담합하라고 강제화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번호이동을 통한 혜택이 줄어들어 소비자가 휴대폰 교체 기회를 잃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경원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통법 이후에 단말기 교체 주기가 길어졌다"며 "단말기 교체한다는 것은 번호이동을 통해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기회가 없으니까 길어졌다"고 분석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통법 이후에도 여전히 '성지 판매점' 같은 곳은 존재하기 때문에 정책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기 힘들다"면서도 "소비자 차별을 막을 다른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보조금 과열 경쟁 또 하라는 말인가"
이동통신 업계는 단통법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악'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단통법 폐지는 종합적인 논의를 거친 후에 결정돼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단통법이 10년 동안 시장의 룰로 자리 잡았고, 선택약정제 등 단통법을 근거로 한 통신비 할인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통법 시행 후 번호이동 수치가 줄어든 것도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각 사는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는 대신, 인프라에 투자하고 품질 경쟁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단통법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존재한다"며 "법 개정이나 폐지는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만약 단통법이 당장 폐지된다면 선택약정할인 제도에도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단통법 시행령에 따라 각 이통사에는 선택약정할인 제도가 생겼다. 선택약정할인이란 공시지원금 혜택을 받지 않는 가입자에게 12개월이나 24개월 동안 매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 제도를 통해 고객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만큼 이통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안 쓰고 배만 불렸다는 주장은 호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단통법 폐지 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중 하나인 알뜰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단통법은 가입자 유치를 위한 이통사 간 과열 경쟁을 줄이기 위한 법이고, 시장 정상화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면서 "단통법이 폐지된다면 유통망에 돈을 뿌려 가입자를 뺏어오는 보조금 경쟁이 벌어져 알뜰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용자가 단말기를 바꾸거나 번호이동을 할 때 일회성 보조금을 제공하면 저가 요금제로 호응을 얻고 있는 알뜰폰 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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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깃값 인상, 휴대폰 성능 향상 등으로 예전보다 휴대폰을 자주 안 바꾸는 경향이 강해져 시장이 경직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통법은 '악법'이라는 여론의 인식이 높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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