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아닌 美 택한 대만…"봉쇄 압박 커질 것, 세계 경제에 큰 여파"
"대만이 갈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지역적 차원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경제적 여파를 미칠 것이다." 미·중 대리전 성격으로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경제 압박 수위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월가 베테랑 전략가 데이비드 로치 회장이 이끄는 인디펜던트스트래티지는 14일(현지시간) '그 여느 때와 다른 대만 선거(Taiwan elections ? like no other)' 보고서에서 "시장은 대만 선거 결과를 현상 유지(the status quo)의 연속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는 득표율 40.05%(558만6000표)로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에 따라 민진당은 대만 역사상 처음으로 3연속 집권에도 성공했다.
먼저 인디펜던트스트래티지는 "이번 선거를 통해 대만은 주권국가이자 민주국가의 지위를 확인받았다"면서 "이번 선거가 보여준 것은 평화적 통일이나 일국양제 정착에 대한 본토(중국) 야망의 장례식"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미·중 대리전 양상의 선거에서 더 많은 대만 국민이 미국을 택한 셈이다. 다만 중국으로선 공산당의 정당성을 위협할 수 있는 대만의 민주주의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만큼 양안 관계 갈등 심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결국 궤적은 갈등을 향하고 있다. 상황이 얼마나 빨리 악화할지는 이번 선거에 대한 중국의 정책적 대응에 달렸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인디펜던트스트래티지는 대만을 둘러싼 대립이 "지역적 수준이 아닌 전 세계적 수준에서 막대한 경제적 결과를 수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앞으로 일어날 분쟁의 유형은 대만에 대한 D-데이식 상륙작전이 아닌 혼란과 봉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만은 에너지 수입 방해에 매우 취약하다"고 짚었다. 로치 회장은 연초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전 세계 무역의 70%가 대만과 중국 사이의 해협을 통과한다"면서 대만 침공이 아닌 봉쇄만으로도 수요 감소, 인플레이션 상승 등 전 세계 경제에 최악의 여파를 줄 수 있다고 진단했었다.
현재 시장에서는 앞서 중국 정부가 시사한 대만산 제품에 대한 관세 감면 혜택 중단, 특정 제품 수입 중단을 비롯한 무역 제재 강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주요 국제 교역로인 대만 해협에서 중국이 군사훈련 등을 명분으로 대규모 무력 시위에 나서거나, 더 나아가 봉쇄를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어려움에 부닥친 세계 경제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위치한 반도체 핵심 공급국이기도 하다.
최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전쟁 없이 대만 봉쇄에 나설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약 5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대만 무력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적 충격 규모는 약 10조달러에 달했다.
인디펜던트스트래티지는 중국이 추가 경제제재를 가한다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낙관론에도 경계감을 내비쳤다. 보고서는 "많은 투자자는 TSMC와 같은 대만 기업들의 글로벌 기술 우위 등을 바탕으로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시각의 장기적 문제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시 주석은 신년사를 통해서도 "대만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강조하며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이와 함께 인디펜던트스트래티지는 집권 민진당이 대선과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한 점에도 주목했다. 이는 그만큼 새 총통의 국정 추진 동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민진당이 전체 113석 중 51석에 그친 데 반해, 친중 성향의 국민당은 기존 38석에서 52석으로 의석을 확대했다. 보고서는 "민진당의 과반 실패는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자 하는 조치를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만은 최근 몇 년간 중국의 노골적인 군사 위협에 대응해 군비 지출을 확대해왔지만 GDP의 2.5%에 불과하다.
주요 외신들도 대만 총통선거 결과가 전 세계에 미칠 여파를 주목하고 있다. 새 총통 취임식이 치러지는 오는 5월20일까지 중국이 군사훈련 등을 명분으로 대만에 대한 무력 압박, 여론전 등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미·중 사이에서 화약고로서의 대만의 위치를 재확인시켰다"면서 "시 주석의 강력한 접근 방식을 고려할 때 대만에 대한 중국의 내러티브는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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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타운대의 에반 메데이로스 아시아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향후 5년간 미·중 및 양안 관계는 결코 안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중국은 낮은 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미국은 유럽과 중동에서의 전쟁으로 바쁘기에 "(대만)전쟁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시 주석은 가만히 앉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만 동오대학교의 미·중·대만 관계 전문가인 천팡위 역시 워싱턴포스트(WP)에 "(이번 선거 결과는) 시 주석의 대만 정책이 실패했음을 뜻한다"면서 향후 몇 달간 군사작전, 경제 제재를 포함한 압박 전술이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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