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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교훈, 경쟁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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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교훈, 경쟁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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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가 열렸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1962년에 시작됐으니 엄밀히 말하면 61주년이다. 지난해에는 정권 교체로 어수선했으니 조촐한 행사밖에 열지 못했다고 하는데, 정부는 굳이 61주년에 성대한 행사를 열었다.


한국의 성공 경험을 국제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전직 경제 관료들의 조언에 따라 61주년인 올해 큰 규모의 국제 회의를 개최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성공 경험을 공유하기보다, 한번 과거를 되돌아보며 현재 우리가 유념해야 할 교훈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많은 나라들이 독립했다. 열강들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스스로 경제를 운영해야 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3~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세웠지만 성공한 것은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당시 대부분 나라에서 유행했던 것은 수입대체전략이었다. 선진국으로부터 수입해 쓰던 것들을 자국에서 생산해 대체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반대로 수출주도전략을 채택했다. 수입대체전략을 썼던 나라들에서 국내 기업들은 국내 시장을 놓고 경쟁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야 했다. 처음에는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저품질의 제품을 쏟아냈으나 세계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기에 품질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금성(현 LG)과 삼성, 현대 등이 지금 글로벌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치열한 세계시장의 경쟁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출기업, 대기업 등에 금융, 세제 등 각종 지원을 몰아주는 불균형 전략을 채택했지만, 성과가 좋고 더 잘하는 기업들이 정부 지원 혜택을 많이 받았다. 특정 업종에서 하나의 기업에만 정부 지원이 쏠려 독점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한국 기업들끼리도 세계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해야 했다.

1970년대 시작된 새마을운동이 '잘 살아 보세'라는 일념과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으로만 성공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당시 지역별로 열심히 하고자 하고 성과를 많이 내는 마을에는 정부 예산과 시멘트 등 각종 건설자재를 우선 지원했다. 성과가 없던 마을들도 그런 마을들의 변화를 보고 경쟁적으로 노력했던 것이 새마을운동의 성공 요인이다.


지금 정치권은 어떤가. '예산 나눠먹기', '지역구 챙기기'가 일상화돼 있다. '보편적 복지'라는 미명 하에 소득이 충분한 사람에게도 복지를 제공하면서 허투루 쓰이지 않아야할 예산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가.


국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그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막연히 복지에 대한 환상을 조장하는 것보다 스스로 자립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게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예산을 쓸 때 지방자치단체별로 경쟁을 활성화해 우수 사례에 더 많은 지원을 한다든지, 대학 지원과 구조조정에 있어서도 '나눠먹기'식이 아닌 경쟁에 따른 선택과 집중을 추구한다든지 했으면 좋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사회보장전략회의에서 "사회보장 서비스 자체를 시장화·산업화하고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방비 지출이 방위산업 발전으로, 다시 국방비 증액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소개하면서 “사회보장이나 사회복지서비스도 마찬가지 논리”라고 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행사를 계기로 경쟁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정재형 경제금융 부장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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