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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지진 한 달, 기로에 선 튀르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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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지진 한 달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분노
두 달 뒤 대선으로 이어질까

국제 1팀장 황준호

국제 1팀장 황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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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크예 지진이 발생한 뒤 한 달이 지났다. 이 기간 집계된 사망자 수는 5만1000명에 달한다. 이 기간 기적 같은 생환 소식도 들렸지만, 피해 규모가 커진 이유에 대해서도 밝혀졌다. 이로 인해 분노의 화살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으로 향하게 됐다. 지진 발생 이틀이 지나서야 현장을 찾은 그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운명의 계획에 일부"라고 말하며 공분을 자아낸 것이 시작이었다. 서방 언론들은 이 분노가 두 달 뒤 진행되는 대선에서 독재자의 집권을 끝내는 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야심이 국가 지진 안전망에 균열을 만들었다는 것이 분노의 가장 큰 이유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음에도, 집권을 위해 이 장치에 균열을 만든 것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8년 내진 설계를 강제하도록 한 법안에 예외 규정을 마련했다. 대선에서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안이었다. 이후 10개 주에서 10만 건 이상의 건축물이 내진 설계 적용을 사면받았다. 외신들은 이번 지진에 속수무책으로 건물들이 쓰러진 것은 사면 정책이 주요했다고 분석했다.

생존자 구호에 나서야 할 군대가 지진 발생 이후 이틀 만에 겨우 도착했다는 것도 용서받지 못할 부분이다. 이 역시 정치적 결정에 따른 패착에서 비롯됐다. 집권 기간 두 번의 군사 쿠데타를 진압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군 권력을 약화했고, 군대의 기능을 축소했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재난 위기관리 기구인 AFAD가 총리 직속으로 꾸려진 이후 15개 지역의 재해 대비 군사령부가 없어졌다. 2000년 초부터 자연재해 지원훈련도 종료됐다. 2016년 군의 쿠데타 시도 이후 의무 사령부와 군 병원을 폐기하면서 의료 지원 능력도 상실됐다.


하지만 관록의 독재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물러날 기색이 없다. 튀르키예의 분노를 돌리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일단 지진에 대한 책임은 건설업자에게 떠넘겼다. 튀르키예 경찰은 부실시공을 이유로 건설업자 184명을 체포했다. 국민의 집결도 막아섰다. 지난달 7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각 대학은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했다. 외신들은 학생들의 집결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그가 지진 규모를 부풀릴 것으로 본다. 사망자 수를 적게 보이기 위한 선전 전략이다. 미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는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터키 언론의 90%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여론조사 감독 위원회인 최고선거관리위원회(YSK) 등 주요 기관에 대한 통제권도 행사할 수 있다. 그는 이미 2019년 3월 이스탄불 시장 선거를 무효화 하도록 지시한 적이 있다.

튀르키예의 분노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강해질 에르도안의 억압과 통제를 떨쳐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번 지진으로 발생한 200만 여명의 이재민에게 중요한 것은 정치 개혁이 아니라, 음식과 숙소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미래를 위해 저항하는 것이 희생자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게 하고, 앞으로의 지진 피해를 줄이는 길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튀르키예에서 망명한 사상가 쥴퓌 리바넬리는 자국의 정치적 현실을 반영한 소설 ‘마지막 섬’을 통해 이렇게 조언한다. "독재자의 자리를 차지한 자들에게 처음부터 아니라고 해야 한다. 저항하는 것은 고귀한 것이다"라고.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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