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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참사 속에서 유해를 수습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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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참사 속에서 유해를 수습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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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1912년 4월14일 2200여명이 승선한 초대형 여객선이 침몰했다. 배 이름은 ‘타이타닉’. 선장을 포함한 1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발생 5일 후 시신 수습선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수습해야 할 시신이 너무 많았다. 결국 수습선 선장은 일등석과 이등석 승객의 유해만 수습하고 삼등 선실의 승객은 바다에 수장하기로 결정한다. 수습된 306구 중 106가 다시 대서양으로 돌아갔다.


당시 수습된 시신 중에는 두 살배기 남자아이가 있었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 뉴펀들랜드의 한 묘지에 묻혔고, 묘비에는 “우리 아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기가 이름을 되찾은 건 한 세기가 지난 2008년. 1912년 수습한 아기 신발을 (본래 태워야 했으나) 간직하고 있던 어느 경찰의 후손이 2008년 유류품을 박물관에 기증하면서 DNA 조사가 이뤄졌고 마침내 이름을 찾게 됐다. 시드니 레슬리 굿윈.

시드니는 운 좋게 이름을 되찾았지만, 아직도 이름을 되찾지 못한 이들이 허다하다. 근래에 발생한 사고도 예외는 아니다. 2001년 발생한 911테러로 희생된 3000여명의 사망자 중 다수가 아직 유해를 찾지 못했다. DNA 검사 기술의 한계로 아직 가족이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테다.


대개 시신은 지문, 치과 기록, 의학 기록에서 신체적 특징을 찾아 신원을 밝힌다. 시신 손상이 아주 심한 경우에도 구강에 센서를 삽입해 고유한 치과적 특성을 확인하거나, 피부가 갈기갈기 찢기거나 부패한 경우에는 ‘재수화(수분을 보충해 원래 모습으로 복원)’와 ‘조각모음’ 과정을 거쳐 신원을 확인한다. 이마저도 불가능할 경우 최후의 방법으로 DNA 검사가 이뤄지지만 아직도 한계가 존재한다.


911테러처럼 대량 사망자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상황이 더 어렵다. 흩어진 신체 일부와 유류품 등이 워낙 많아 이를 조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체 일부가 다른 사람과 섞이는 경우도 있다. 1995년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 당시 뒤늦게 발견된 한쪽 발의 주인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찾았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이미 양다리가 있는 채로 매장됐던 것. 다리 하나의 주인은 따로 있다는 것인데, 당시 기술로는 방부 처리가 된 시신의 DNA 검사는 불가능해 결국 주인을 찾지 못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현재 911테러 희생자 유해 수천구가 DNA 기술이 발전하기를 기다리며 세계무역센터 화강암 광장 내 특별 저장소에 안치돼 있다.


911테러, 2004년 남아시아 쓰나미,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오클라호마 폭파 사건,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 현장을 누빈 재난수습기업 케니언 인터내셔널의 회장 로버트 젠슨은 “재난에 휘말린 사람들이 마지막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길은 없다”며 “그들의 시신을 다룰 때는 잔인하게 갑자기 끝나버린 삶 속에서 그들이 못다 한 말과 못다 한 일이 부디 한으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책은 상황에 압도당하지 않는 방법, 상황에서 긍정적인 점을 보는 방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사람들을 과거의 삶에서 새로 바뀔 미래의 삶으로 안내하는 방법을 말한다”고 소개한다.


유류품 이야기 | 로버트 젠슨 지음 | 김성훈 옮김 | 한빛비즈 | 408쪽 | 1만9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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