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관두고 뭐하나 봤더니…금융위 보험사, 금감원은 로펌
금융위원회 퇴직자 10명 중 4명은 보험사로 이직
금감원은 32.4%가 로펌行…광장이 6명으로 최다
금융사 관리하던 당국자, 민간회사 방패막이 우려
김성주 의원 "재취엄심사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퇴직자들이 최근 2년간 서로 다른 행선지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퇴직자 다수가 보험업계로 이직한 반면, 금감원 퇴직자들은 로펌에 둥지를 틀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이끌어내고 불리한 소송을 막아내기 위한 금융사와 로펌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취업심사를 신청한 인원은 84명이다. 금융위에서 10명이, 금감원에서 74명이 퇴직 후 심사를 요청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4급 이상 직원의 경우 퇴직 후 취업제한기관에서 근무하려면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금융위에서는 보험업계로 4명이 이직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서기관급 직원 한명이 2020년 6월 4일 생보협회로 이직했고, 지난해 2월1일에는 서기관 한 명이 삼성화재해상보험의 상무로 옮겨갔다. 다음달 부이사관급 직원도 곧바로 손해보험협회 전무이사가 됐고, 지난해 12월 1일에는 서기관이 한화생명보험의 상무가 됐다. 금융감독원 출신이긴 하지만 정은보 전 원장도 퇴임 두달 만에 보험연구원 연구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통상 고위급 금융위 직원들은 대형 로펌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많았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법무법인 지평에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고문을 맡았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역시 법무법인 율촌으로 갔다. 하지만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한 보험업계가 대응책 마련을 위해 전문지식을 갖춘 금융당국 출신을 적극 끌어들이면서 금융위 출신들의 이직 트렌드도 달라진 모양새다.
보험업계는 내년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데 보험사로서는 자본적정성 지표를 유지하는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도 현안이다. 보험사의 지급여력기준을 평가하는 제도인데 자본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반면 금융감독원에서는 여전히 로펌을 희망하는 퇴직자들이 다수였다. 74명 중 24명(32.4%)이 법무법인으로 이직해 비중이 가장 컸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8명으로 가장 많았고, 광장(6명), 태평양(3명), 율촌(3명), 세종(2명), 화우(1명), 민주(1명) 순으로 대형로펌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올 3월 자금세탁방지실에서 퇴직한 3급 직원은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이직하려 했지만, 업무관련성이 밀접하다는 판단이 내려져 취업이 제한됐다.
법무법인이 금융당국 출신을 선호하는 건 갈수록 민간 금융사가 금융 분야 법률자문을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금융권에서는 사모펀드와 같은 고위험상품 판매에 따른 분쟁이 늘어났고, 최고경영자(CEO)가 제재로 법정에 출두하는 일도 잦아졌다. 새 정부가 부활시킨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으로 금융관련 수사와 재판이 강해질 거라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가상자산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처럼 제도의 변화예측이 어려운 점도 요인 중 하나다.
이에 로펌 업계에서는 금융위·금감원 출신을 놓고 영입경쟁까지 펼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거쳐 금융위 수장직에 오른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의 경우 여러 대형로펌에서 러브콜을 보냈다. 일부 로펌은 대표변호사까지 최 전 위원장을 찾아가 설득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위원장은 오는 13일부터 법무법인 화우에서 고문역을 담당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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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금융당국 퇴직자의 로펌행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던 금융당국자들이 퇴직 후 민간 금융사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당국 인사가 채용되면 금융사가 제재받을 확률이 16.4%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재취업심사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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