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태풍 '힌남노'가 윤 대통령에게 시사하는 것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한반도 상륙이 임박했다. 정부는 ‘힌남노’가 과거 루사, 매미보다 위력이 셀 것으로 예상한다. 최대풍속이 초속 47m, 강풍반경은 43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미 전국이 영향권에 들면서 폭우가 쏟아지고 있고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오후 비상 점검 회의를 연 데 이어 5일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이처럼 정부는 태풍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1단계에서 바로 3단계로 격상한 것도 상징적이다. 최근 5년간 처음 있는 일이다. 위기 경보 수준도 ‘주의’에서 ‘심각’으로 상향했다. 태풍 대비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과 정부도 힘을 합치고 있다. 이렇게 한마음으로 대비해도 효과적으로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예측은 가능하지만, 본격적으로 닥치지 않은 위기이기 때문에 그렇다.
‘힌남노’는 윤 대통령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윤 대통령에게 있어 ‘힌남노’는 무엇일까. 두 가지 측면이 주목된다. 하나는 ‘경제 위기’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반도체와 중국이라는 두 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경제는 위협받고 있고 중국 무역 흑자는 옛일이 됐다. 환율상승으로 인한 무역에서의 상대 우위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세계 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에 우리 경제가 제일 어려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힌남노급 경제 위기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여권 내부에서 발화한 ‘리더십의 위기’다. 윤 대통령 집권 이후 여권은 끊임없이 분화해 왔다. 야당과의 협치는커녕 여권 내부 단합도 이뤄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의 불화가 표면화됐다. 여당은 친윤(친 윤석열)-비윤(비 윤석열)도 아니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기타’로 나누어졌다. 그러더니 ‘윤핵관’끼리도 갈등설이 심심찮게 불거졌다. 계속된 분화는 집권 기반을 축소했고 지지율 하락에도 영향을 줬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리더십의 위기’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태풍 ‘힌남노’에 대처하는 하나 된 모습이야말로 윤 대통령이 취해야 할 통치자의 자세다. 진정으로 민생을 위한다면 위기에 대한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모아야 한다. 지금처럼 제각각 뿔뿔이 흩어져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의지의 영역과 실행의 영역은 다르다. 게다가 집권 초의 천금 같은 시간이 흘러가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정치는 얼핏 보면 쉬운 듯하지만, 사실은 고도의 전문적인 경험과 능력이 요구되는 종합예술이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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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가 말해주는 것 중 하나는 국정 운영에 있어서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지금 상황에서 협치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요술방망이와 같다. 여당이 법안 하나를 처리하고자 해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힘든 게 현실이다. 추석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 소환-윤석열 고발로 상징되는 여야 대치는 태풍보다 더 강해 보인다. 정기국회, 국정감사, 예산 심사를 거치는 내내 이런 갈등이 계속된다면 국회에 기대할 바가 없다. 여당은 ‘힌남노’가 덮치기 전에 빨리 내홍을 정리하고 중심을 잡아 여야 협치의 기반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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