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반도체 겨울] 뒤늦게 도착한 '코로나 특수' 청구서…하반기는 더 안 좋다
호황기에 설비투자 늘려…실적 악화 더 심각할 듯
기술 패권 경쟁 심화…원자재 인플레로 부담↑
[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김평화 기자] 전문가들이 진단한 반도체 위기론의 배경은 코로나19 특수 이후 뒤늦게 찾아온 동시다발적인 악재로 불확실성이 가중된 데 따른 것이다. 호황기에 대규모 투자를 하던 반도체 기업들은 경기 침체로 소비자 구매력이 급감하자 수요 절벽에 부딪혔다. 공급 과잉에 재고 급증, 이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중국의 빠른 기술추격,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와 원자재 인플레이션으로 원가부담이 커진 것도 '반도체 겨울'을 야기한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불황이 예상보다 길고 혹독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당초 예상(16.3%)보다 낮춘 13.9%로 조정했다. 지난해 성장률(26.2%)의 절반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다수 비중을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상황은 더 안 좋다. WSTS는 올해 메모리 시장 성장률을 18.7%에서 8.2%로 낮췄다.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도 3.4%에서 0.6%로 내렸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제품이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점유율은 59%에 달한다. 특히 D램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1, 2위 사업자로 점유율이 70%를 넘을 정도다.
설상가상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하락 추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 분기보다 최대 18%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소비자용 D램은 4분기에 3분기보다 가격이 3~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공급 과잉에 따른 재고 증가로 기업들의 재고 소진을 위한 덤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4%, SK하이닉스는 약 97%에 해당한다. 이미 수요 둔화로 재고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상반기 재고자산은 52조922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6% 늘었다. SK하이닉스 역시 11조8787억원으로 지난해 말 8조9166억원에서 33% 증가했다.
업계는 인텔, 삼성 등 주요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올해 설비 투자를 늘렸기 때문에 반도체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가 예상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요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는데 주요 제조사들은 코로나 특수 장기화를 기대하고 이미 설비 투자를 크게 늘려 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8일 경기도 기흥 사업장에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등 신기술 개발을 위한 R&D(연구개발) 센터를 착공했고, 연내 평택사업장 3공장 준공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부문 투자는 2018년 24조에서 지난해 44조로 뛰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반도체 수출은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엔 한국 반도체의 수출 증가율이 2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꺾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07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8%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의 수요 위축과 가격 하락의 영향이 이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했다. 하반기에도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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